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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서의 정신적인 것에 대하여 - 칸딘스키의 예술론 ㅣ 열화당 미술책방 10
바실리 칸딘스키 지음, 권영필 옮김 / 열화당 / 200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여태껏 미술은 문학과 매우 닮은 예술이라 생각해 왔다. 음악이 감각적인 것이라면, 문학과 미술은 읽어내는 것이라는 생각. 그것이 나의 편협한 고정관념 때문이었다면 아마 칸딘스키의 추상화가 잘 다가오지 않았던 것도 당연하리라. 칸딘스키 화집에서 내가 좋아하는 부분은 오히려 그의 초기 구상화들이었다.
그의 작품 중에는 음악을 듣고 형상화했다는 추상화들이 유독 많은데 그 그림들의 비논리성에 대해 의아했던 것 같다. 음악은 소설과 달리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의 감각으로 다가갈 것인데... 칸딘스키는 어떻게 자신의 그림이 바로 그 음악에 대한 적확한 느낌을 나타냈다고 감상객들을 설득시킬 자신이 있었을까? 그 비논리를.
그런데 그런 칸딘스키가 이토록 아름다우면서도 논리적이고 음악적인 '글'을 쓰다니! 그것도 색채에 대해! 아직도 나는 칸딘스키의 구상화를 더 좋아하지만, 그의 글을 읽고 나서는 그를 제멋대로 아무렇게나 붓을 휘둘러대는 오만한 예술가라는 오해는 절대로 하지 않게 되었다. 오히려 그의 아름다운 글솜씨에 반해 더더욱 총체적으로 그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의 탁월한 색깔과 심리와 감각의 분석! 노란색의 광조(狂躁), 푸른색의 심화능력, 가능성으로 차 있는 침묵이라 비유된 흰색, 그리고 슬픔의 배음으로서의 검은색. 색깔분석을 통한 싸구려 심리분석이 아니다. 도처에서 색깔을 통해 읽을 수 있는 이러저러한 감각과 해석들을 만날 수 있다. 뭐, 그래도 아직 칸딘스키의 추상화는 복잡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