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가슴이 턱 막힌다. 저 푸름, 저걸 난 알고 있다. 세상엔 얼마나 많은 초록이 있나. 그 중 아련하고 슬픈 초록이 있다. 산은 때론 얼마나 비장한가. 이 책에 나오는 산은 근엄하진 않지만 아련하구나. 이야기는, 그래, 나도 그렇고 내 아이들도 공감할 이야기는 아니다. 그만큼 먼 오랜 이야기다. 다만 혼자 남겨진 돌이의 외로움은 두 페이지를 차지하는 산 그림자만큼이다. 그만큼 적막하다. 산등성이에 올라 한 낮에 산 저쪽을 바라보면 그 적요함이 단지 편화롭기만한 것이 아닌, 사람을 한없이 맑고도 허랑하게 하는 그 무엇이지 않은가. 그게 있다. 그림에 있다.돌이가 누나의 때묻은 베개에 얼굴을 묻고 누나 냄새를 맡으면서 운다. 그 상실감을 어쩌랴. 이미 어머니도 잃었는데 돌이는 아직 어린데... 게다가 산 속인데...그래서 그런지 갓 태어난 송아지 얼굴은 더 고와보인다. 그래도 누나가 있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갑자기 슬슬하던 집안이 복닥이는 느낌에 더 좋았을텐데. 누나, 시집가서 잘 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