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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를 위한 불꽃놀이 - 핀두스의 두번째 특별한 이야기 ㅣ 핀두스의 아주 특별한 이야기 2
스벤 누르드크비스트 글.그림, 김경연 옮김 / 풀빛 / 2001년 4월
평점 :
정말 이렇게가 아니었더라면 절대로 이 책을 만나지 못했을텐데... 등골이 시릴 만큼 고맙다. 우연히 출판사로부터 이 책을 받을 일이 아니었더라면 서점에서 고르지는 않았을 듯 싶다. 그림의 선도 요즘 그림책같지 않고 글씨도 너무 많고. 솔직히 배달을 받고 나서도 그리 탐탁치 않을 정도였으니. 그러나, 아이를 위해 잠자리에서 읽어주다 보니 아이보다도 내가 더 매료될 만큼 첫째, 그림이 좋았다. 정말 어딘가 페테르손의 마을이 있을 것 같다. 그의 마을과 집, 헛간, 그 안의 이런저런 살림들이 머릿속에서만 나온 것 같지 않다.
스벤 누르드크비스트의 그림이 그리 모던한 편은 아니라지만 새벽, 아침, 흐린 저녁 등등 시간대별로 그 느낌을 살린 그림에 작가의 감성이 그대로 녹아 있다. 여우 쫒기를 하다가 꼬박 새벽을 맞아 버리는 창가에서 창밖으로는 동트는 새벽하늘이 보이고 집안에서는 날밤을 새버린 적당히 피곤하고 적당히 들뜨고 또 안도하는 아늑한, 식구들(그래봐야 페테르손 할아버지와 닭들과 고양이 핀두스)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다.
페테르손은 어떤 사람일까.
고양이 한 마리를 손주처럼 데리고 사는 그는 어쩌면 무지하게 외로운 할아버지일지도 모른다. 일반적인 가치로 마냥 행복한 사람으로만 볼 수는 없다. 그러나 그는 살짝 미치고 적당히 일반적 가치를 초월한데다 꼬인데 없이 여유있고 너그러운 사람이다. 자기네 닭 잡아먹으러 온 여우가 너무 마르고 절뚝거린다고, 폭죽을 터뜨리면 심장마비를 일으킬지도 모르니 관두겠단다. 천천히 사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세상의 미세하고 따뜻한 아름다움이 그에게는 보이나보다. 아, 그리고, 핀두스, 너무 귀엽다. 고양이들 특유의 비아냥이 아주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고양이치고 참 순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