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야기 - 찔레꽃 울타리 찔레꽃 울타리
질 바클렘 지음, 이연향 옮김 / 마루벌 / 1994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책이 좋은 가장 큰 이유는, 머위와 댕이네 집과 마을이 너무 예뻐서이다. 어렸을 때 걸스카웃이었는데, 스카웃 교본 비슷한 책에 캠핑에 대한 부분이 있었다. 아름드리 나무들이 빽빽한 숲에 작은 텐트를 치고 캠핑을 하는 장면이었다. 실제로 그런 캠핑은 한 번인가 두 번밖에는 못 해보았고, 우리나라에는 그런 아름드리 숲도 없었다(캠핑할 수 있는). 하지만 두고두고 그 그림은, 숲의 어두운 저 쪽이 주는 신비감과 더불어 그림 속으로 쏙 들어가 살아보고 싶은 이상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곤 했다. 내 전생의 몇 번째쯤인가의 생에 그런 숲속 삶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질 바클렘의 그림은 그런 숲의 '삶'을 정말 예쁘게 그린다. 나무 둥치가 통채로 머위네 집인데(부자다!) 그걸 단면도로 보여준다. 그루터기 밑에 작은 삐걱문과 창문에서 노란 불빛이 새어 나온다. 방마다 키가 작은 창문이 있어 작은 쥐들은 창가에 매달려 눈 오는 걸 구경한다. 집 내부는 또 얼마나 예쁜데! 그야말로 사납지 않은 것들로 집안을 꾸며 놓았다. 벽에서는 참나무 냄새가 날 거다. 찬장 꼭대기에는 두고 먹을 돌능금열매가 사람으로 치면 호박만 한 게 얹혀 있고 그 밑엔 아주 작은 잼이며 마말레이드 병 따위가 헝겊 뚜껑에 덮여 있다. 이 조선 땅에서는 100년 전에도 볼 수 없는, 그야말로 18,9세기 유럽식 인테리어다.

내가 유럽 취향이라서가 아니라, 나무로 집을 꾸민 것, 금속성이 없는 것, 자로 재어 반듯하게 잘라내고 잇댄 것이 아닌 것이어서 좋은 것이다. 촌스럽고 따스한 것에 대한 그리움이다. 너무 예쁘니 현실감이 없기도 하다. 우리 아이들은 머위와 댕이처럼 평화롭기 살긴 어렵다. 아니, 실지로 머위와 댕위가 정말 살고 있다면 그들의 현실도 그림책에서처럼 행복하기만 하진 않을 것이다. 이 책을 아름답게 하기도 하지만 이 책의 한계이기도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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