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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철의 20세기 건축산책 ㅣ 탐사와 산책 20
김석철 지음 / 생각의나무 / 200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다시 어려진다면, 혹은 나의 아들에게라도 건축학을 공부할 수 있게 한다면 좋겠다. 건축학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매력이 있다. 첫째, 집 한채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 미학이 있다. 여럿이 모여 살아서 더더욱 아름다운 그 무엇. 안국동 기와집들의 군락에서 느낄 수 있는 집합의 미학 같은 것 말이다. 둘째. 삶이 담긴 예술이란 것. 만들어 놓아 두고 보는 작품이 아니란 것이다. 책 속에 있는 유명한 건축물들은 끼끗하니 고와보였지만 기실은 손잡이마다 손때가 반질반질 앉았을 터이다. 어느 책에선가도 그런 이야기를 본 것 같다. 아무도 살지 않은 채 몇 백년을 모셔두는 집보다 지금도 사람들이 들어 살고 절하고 자고 먹는 집들이 더 건강하다는. 그것이 건축물의 매력이다.
김석철의 미덕은 그것이다. 건축을 누가 삶에 이토록 가까운 예술이라 생각했겠나. 그야말로 전문가가 아니면 '논'하기조차 어려운 것이었을 터인데 쉬운 말로 풀어 우리와 이야기 나누는 자세가 어디 그리 흔하랴. 덕분에 나같은 문외한도 그의 책을 두서너권 읽으면서 이런저런 '집'에 대한 생각들이 들고 나고, 그런 생각의 와중에 결국은 이런 비판조차 감히 해본다. '그런데 왜 김석철이 더듬어 만나는 '집'들은 다들 그리도 유명하고 비싼가'고, '그는 어찌하여 지중해의 바다를 면한 하얀 집들의 구조라든가 우리나라의 한옥 골목, 20세기 한국 건축물들의 무질서와 반자연에 대해 언급하지 않으며 돈많은 귀족과 부자들의 발원으로 지어진 고급한 건축물들의 미학만을 말하는가'고.
건축도 예술이라면, 무엇보다도 더더욱 살갗에 와닿는 예술이라면 우리 어린 벗들 중 누군가가 저 아파트만의 살벌한 도식이 아닌 정녕 아름답고 따스하며, 그 안에 살고 있는 가난한 사람들을 배려하는 인간중심의 건축예술을 실현하는 '건축가'로 우뚝 설 수 있도록, 그런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어린 날부터 교양으로서 건축을 말할 수 있도록 누군가가 김석철을 뛰어넘는 더 쉽고 더 따스한 책을 써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