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음악 속의 사람들
문호근 / 개마고원 / 1997년 11월
평점 :
절판


오페라 '라 보엠'을 본 게 언제던가. 예술의 전당 오페라 하우스 제일 꼭대기 층에서. 오페라를 좀 아는 사람이 어느 낙엽이 마구 떨어지는 11월에 라 보엠이 꼭 이런 분위기라고 이야기해주었는데 4년 전 본 오페라의 분위기가 정말 그랬다. 회색빛 도시, 가난한 뒷골목, 불도 못 때 파지를 불쏘시개로 써야하는 가난한 작가의 방... 그리고 눈발이 날리는 스산한 공원, 가지만 남은 커다란 나무 아래서의 만남...

그리고 이 책. 오페라가 궁금하고 알아야하지 않을까 싶어도 마땅한 입문서를 찾기 쉽지 않았다. 대개 음악을 전공한 사람들은 본의아니게 자신의 박학을 자랑하느라 문외한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을 남발한다. 음악만은 아니겠으나... 그게 싫어 대부분의 책들을 퇴짜놓았다. 그러나 이 책은 일단 '문호근'이란 이름 때문에 쉽게 마음을 열고 집었다. 존경하는 문익환 목사의 아드님이라는 프리미엄도 무시할 수 없었지만 그가 문화계에서 보여준 행보가 열정적이면서도 겸손하고 독보적인 것임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 책의 글들은 소박하다. 오페라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이야기책처럼 만날 수 있다. 내가 알고 있는 알량한 이런저런 오페라 이야기들을 확인하고 낯선 것들에 대해서는 '언젠가 만나보리라'는 기대를 심어둔다. 훗날 새로운 작품을 보고 오면 다시 이 책을, 또 다른 책을 펼쳐 장면 속의 그것을 활자 속에서 재검토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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