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열대 한길그레이트북스 31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지음, 박옥줄 옮김 / 한길사 / 199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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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적인 모험과 실험을 다 극복해 내고 자신의 이론에 살을 붙여 살아있는 것으로 일으켜 세우는 '학자'들이 세상에 얼마나 될까. 혹은 그런 노고를 부렸다 하더라도 교묘한 지배논리나 이념에 악용되어 결국 숭고한 노고를 독재자의 아전인수에 놀아나게 한 수많은 학자들이 있었음을 생각할 때 레비스트로스처럼 흔들리지 않는 냉철하고 바른 시선을 입증하기 위해 고생과 모험을 마다하지 않은 학자의 존재는 참으로 귀하기 짝이 없다.

'어린왕자'에 나오던가, 남들이 탐험을 하고 돌아와서 주는 자료들로 지도를 만드는 지리학자였던가, 그 동화의 비아냥이 참 재미있게는 생각되었어도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실제로 얼마나 많은 학자들이 탁상공론을 펼치는지, 그 폐해가 어떤지는 더 말할 것도 없다 한다. 단순히 다리품을 파는 정도가 아니라 기아와 더위와 온갖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 브라질 열대림을 원주민들과 함께 헤치고 돌아다녀야 하는 고생이야 말로 다하랴.

레비스트로스의 모험과 실천 중에는 이런 이야기도 있다. 어떤 부족 사람들이 누에만한 애벌레를 주식으로 삼는다 하기에 그 살아있는 애벌레를 먹어본다. 때로는 정말 식량이 없어서도 그랬고 때로는 그들이 왜 그런 것들을 먹고 사는지 이해하고 알아야 하는 차원에서도 원주민들이 먹는 음식들을 같이 먹곤 했단다. 그 애벌레의 몸통 가운데를 분질러 노랗게 흘러나오는 즙을 먹어보니 무슨 치즈맛 같은 게 난다고 담담히 서술한다.

그런데 레비스트로스의 글은 그의 발품이 열정적이었던데 비해 조금은 건조하고 냉철하다. 그래서 더욱 신뢰를 주는지도 모르겠다. 흔히 문화상대주의적 시각의 장을 연 사람으로 레비스트로스를 많이 언급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미개'에 대해 우호적이었다는 것은 아니다. 문명인, 아니 서양인의 입장에서 '문명'이라 부르든 '미개'라 부르든 그 삶을 사는 사람들의 삶에는 어떠한 형태이든 '문화'가 존재함을 인정하고 다가가기 시작한다. 여기에는 쓸데없는 우월의식도, 특히 지배나 정복의 욕구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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