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시집을 고르는 방법은, 서점에 가서 제목을 보고 맘에 들어 아무 페이지나 펼쳐보고 마음을 찌르는 귀절이 하나라도 있으면 산다, 이다. 거기서 합격해서 이 시집을 샀을 것이다. 그리고 그 시집이 있는 줄도 모르고 한참 있다 또 비슷이 한 권을 더 사놓고는 아무 사람에게 그냥 주었을 것이다. 그러다 어쩌다 마냥 사랑하는 무엇이 생겼을 것이다. 한없이 밑줄 긋고, 간지에까지 하염없이 끄적거렸을 것이다. 사랑하는 무엇을 위해 간지에 쓴 나의 시를 찢어 건네다 못해 아예 그 시집을 주어버리고 왔을 것이다. 떠나와서, 떠오르지 않는 시,그대 품은 너무 깊어 나는 거기 흐를 수 없었네 - 강가에서1이런 귀절이 그리워 한 권을 더 샀을 것이다. 뭔가 두려워 수많은 시들 접지도 못하고 흐린 연필로 눈에 안 띌 밑줄만 그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