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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의 고향
신영훈 글, 김대벽 사진 / 대원사 / 2000년 4월
평점 :
일단, 사진을 얻기 위해 이 책을 샀다. 글이 풍기는 냄새도 사진과 별 다르지 않았다. 어느 흐린 날 - 그런 날이라야 냄새도 눅진하니 땅으로 기어 더 깊이 퍼진다 - 삭정이와 마른 나뭇잎 모아 태우는 냄새 같은 것. 사진 속의 손으로 빚은 징검다리, 휘어진 나무 줄기를 그대로 기둥으로 삼은 어느 부엌 뒤, 뒤란으로 향한 작은 문을 열면 뒷담장과 문 사이 작은 공간에 툭툭 떨어지는 감꽃. 어린 시절 분명 어딘가에서 보았을 터이다, 그런 풍경들.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은, 꼬맹이 시절에 충청도 깡촌에 있는 시골집을 찾아 버스도 없는 길을 걸어들어갈 때, 어디선가 분명 이 장면들을 본 듯한 낯익음을 느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더 어린시절이었을까, 아님 전생이었을까.
혹시 그런 인연을 사진으로나마 다시 만날까 하여 군침을 흘리면서 책을 들여다 보고 저 뒷뜰 그늘에 뭔가 있을 것만 같은 집 그림은 스케치로 옮겨도 보았다. 경복궁에 아이들을 데리고 간 적이 있었다. 꽃담 무늬를 스케치해 보아라, 시켜놓고 정작은 나자신도 거의 처음으로 찬찬히 그 무늬들을 살폈다. 닮았어도 어느 하나도 똑같지 않은 단아하면서도 귀여운 무늬들을 놓은 사람들은 담장을 짓는 동안만이라도 그 안에 들어 살 사람들의 혼이 되어보았나보다. 참 재미있었겠다. 내 살 집 담장, 돌 주워다 흙개어다 지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