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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의 딸
휘트니 오토 지음, 홍현숙 옮김 / 황금가지 / 2001년 5월
평점 :
절판
미켈란젤로,란 말에 혹해서, 그리고 딸,이란 말에 혹해서 또한 그 광고로 미루어 이것은 두 배의 고난을 이겨내야 겨우 성공할까 말까한 여성 예술가들의 이야기려니 - 가령 까미유 끌로델 같은 - 하고 이 책을 읽었다. 촛점은 세계대전 무렵의 미국인 사진예술가에 주로 맞춰져 있고 미켈란젤로 시대에 그를 염탐하는 줄리에타라는 여류 예술가는 사실상 앞부분에만 잠깐 나온다.
로미라는 이탈리아계 미국 여자는 꽤 고상한 영혼을 가진 사람으로 처음엔 함께 사는 남자 - 오거스틴 -의 성공에 비해 가려져 자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지만 궁극적으로 사진 예술가로 성공한다. 길고 진실한 오거스틴과의 사랑도 성공하고.
영화에서 주로 만난 미국의 이미지에 비해 여기 등장하는 로미는 꽤 이국적인 느낌을 준다. 하지만 그녀가 '예술'이라고 주장하는 사진들은 프랑스의 고급 패션잡지 사진 같다. 예술혼이 우긴다고 만들어지는 것인가? 열망만으로 되는 것인가? 그 영역이 매우 넒어 내가 좋아하거나 겪어 본 것이 아닌 것 중에도 많은 '예술적'인 것들이 있긴 하겠지. 그러나 다 읽고 나서도 계속 궁금한 것은 도대체 로미는, 오거스틴은 혹은 소설에 등장하는 '예술가'라는 사람들은 어떤 예술적 열망을 왜 가졌는지 모호하다.
사회주의적 성향도 정신도 갖지 못했는데 사회주의자 취급을 받는 것도 그렇고 어떤 정신을 가지고 '예술'을 하는지 자신도 모르면서 자신이 예술가라고 우기는 것도 그렇고, 입밖으로 내어 선언한다고 해서 자신의 정체성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님을 이 소설가는 잘 모르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번역의 문제인지 원작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줄거리만 있고 심리 묘사도 감정이입도, 절실함도 없는 소설. 미켈란젤로를 왜 언급했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