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여우와 털장갑
니이미 난키치 지음, 손경란 옮김, 구로이켄 그림 / 한림출판사 / 199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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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은 이 책을 나만큼 열렬히 좋아하지는 않는다. 가끔씩, 특히 겨울이 다가올 때 읽어주곤 했지만, 대개는 잠자리에서 이 책을 읽은 후 어린 시절의 추억으로 잠기는 나와는 달리 우리 아이들은 '이 아기여우 정말 귀엽다, 키우고 싶다' 정도의 소망을 갖고 잠든다.

나는, 시멘트로 지어진 일본의 어느 읍내 거리 풍경이 어린 시절에 본 동네나 여행가서 만났던 낯선 마을 풍경같아 가슴 시리다. 일본의 식민지였기에 일본식 건축물이나 거리 풍경이 우리 것처럼 정겹게 느껴지는 현실이 불행하기도 하지만 추억이란 아프고 지저분한 것조차 세월이 지나면 아련해지는 것이 아닌가. 눈쌓인 고즈넉한 밤거리를 걷다가 노란 불이 켜진 집 창문을 발견할 때의 고마움은 꼭 일본의, 내 어린 시절의 장면이 아니더라도 똑같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겨울은 이상하게도 따뜻한 계절이었다. 요즘처럼 버스를 타도 사무실에 들어가도 어디나 다 따스하지 않아 늘 발이 시리던 어린 시절의 겨울이 더 따뜻했던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추웠다가 들어간 집이나 난로가 있는 교실이 그만큼 더 고마워서였을까. 추웠기에 더 따스했다는 말이니, 배 부른 추억이다. 어쨌든 내 옆구리에 끼고 사는 나의 아기 여우들을 위해 털장갑 하나씩 떠주고 겨울이 따뜻한 계절임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낯선 사람의 마을에 너무 작아 안타까운 어린 아기 여우를 보낼 수 있었던 엄마 여우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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