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아이들이 그림책을 읽으면서 그 의도나 상징을 다 읽어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 그림책을 보면서 권력을 가졌던 사자도 늙어 외롭게 되면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누군가와 함께 뭔가를 나누며 따뜻하게 사는 것이라는 진리, 그러니까 너희도 사이좋게 나누며 살라, 는 교훈을 주려고 생각한다면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일 망정 이 그림책이 주는 향기를 오래오래 음미하지는 못할 것이다.그러한 주제와 의도를 담고 이야기를 썼을지라도 그림이 워낙 탁월해서인지 주제가 훈교조를 띠지 않는다. 그림 속의 사자는 정말 외로움이 뭔지를 알고 있는 듯 하다. 두 페이지에 걸쳐 커다란 나무 밑에 고즈넉이 앉아 있는 사자의 그림이 있다. 나무가 그렇게 크지 않았다면, 사자가 왕관을 쓰고 있지 않았다면 그 그림이 그렇게까지 적요하게 보이지는 않을 것 같다. 이 그림이 너무 좋아 축소복사를 해서 학급문집 만들 때 컷으로 쓰곤 했을 정도다.사자는 단지 말년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수단으로(말하자면 자선이나 위안거리로서) 새들에게 자신의 왕관을 내준것은 아닌 것 같다(이것이 서양의 이야기와는 다른 점인 듯하다). 그렇다고 그것에 큰 의미를 두는 것도 아닌 듯하다. 어쩌면 그 사자는 너무 늙어서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나면 슬픈 장면이 기다리고 있을까봐 두려워지기까지 하다. 사자의 표정만큼 어딘가에 마음을 매어두지 않은 허허로움의 여운이 더 아름다운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