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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방 - 아나운서 김지은, 현대미술작가 10인의 작업실을 열다
김지은 지음, 김수자 그림 / 서해문집 / 2008년 7월
평점 :
행복해 보인다, 이 사람.
직접 강좌에 등록해 돌을 쪼아대던 김지은 아나운서의 모습을 보면서, 사람이 아름다운 건 외모가 아름답거나 똑똑하거나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열정이 있을 때 사람은 아름답다. 열정은 그 사람에게 길을 열어준다. 눈도 열어준다. 내게도 미친듯이 바라는 일에 열망을 가지고 몸을 움직였을 때 길이 열리던 경험이 있다. 아직은 내게 멀게 느껴지는 일들도 그렇게 열리리라.
독특한 예술적 시도들에 대한 긍정적인 마음이 우선 안목을 열어주는 것이리라. 이건 도대체 뭐야, 하는 마음은, 미술을 빙자하여 창의를 들먹이며 이상한 (사실 그것들도 무의미한 시도들만은 아닐 것이나) '작업'들을 하는 많은 젊은 작가들에게 실망해 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안이한 실험을 벌이는 젊은 시인들의 쓰레기더미에서 진정한 시를 찾는 일이 피곤했듯이 말이다. 그러나 김지은 씨는 나처럼 삐닥하게 비판적으로 보기보다 작가들의 새로운 시도에 오호~? 재미있는데? 하면서 다가가 준다. 그런 눈이 보석을 발견할 수 있다. 열린 마음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아주아주 중요한 자세임을 새삼 깨닫는다.
여기 등장하는 예술가들은 한결같이 신화적인 재능들이 있다. 얼마나 무수하게, 손으로 기능을 익혔으되 천재적이지는 않은 미술학도들이 있는가 말이다. 그러나 운좋게 미술적 재능을 타고났다고만 말하기에는 여기 등장하는 이들의 열정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뜨겁다. 나는 김동범과 손동현에 끌린다. 그리고 언젠가 다른 책에서(미안하게도 전시는 아닌) 접하고 감동했던 윤석남 씨의 작업에도 마음이 간다. 이 책은 전문서나 학술적 성격의 책은 아니지만 문을 열어준다는 의미에서 좋은 책이다. 아트 센터나 작은 갤러리에 가서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앨리스의 문을 만난 것 같은 희열을 맛볼 때가 있는데 책 한 권으로 그런 역할을 한다고나 할까. 다만, 여기 소개된 사람들이 이미 너무 유명해진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 이전 책 '서늘한 미인'에 못미치는 점이긴 하다. 그거야 내가 책에 바라는 바와 책을 만든 이들의 목표가 달라서 그런 거지 저자나 기획자의 잘못은 아니다.
김지은 씨,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