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이야기처럼 재미있는 곰브리치 세계사 1
에른스트 H. 곰브리치 지음, 이내금 옮김 / 자작나무(송학) / 2005년 2월
평점 :
품절


나는 곰브리치를 좋아한다. 그의 '서양미술사'를 너무 달게 읽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인용을 할 수는 없지만 문학적인 글솜씨로 미술사를 행간을 읽어주는 솜씨가 대단했다. 그 두꺼운 책을 읽는 겨울방학 내내 너무 행복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사회'에 젬병인 우리 아이들을 위해 이 책을 샀다. 리뷰 쓴 것을 보니 중학생에게 권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고 실제로 곰브리치도 자기 손주를 위해 이 글을 썼다던가 하지만 일반적인 중학생들이 과연 쉽게 읽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사회를 좋아하는 아이들이라면 문제 없겠지만. 

이 책은 요즘 흔히 나오는 '쉽게 읽을 수 있는~' 사회사 세계사 국사 경제 따위의 책들과는 좀 다르다. 대부분의 책들이 우리 중고등학교 사회에서 사루고 있는 영역을 좀 재밌게 접근하려고 노력한 책들이지만 곰브리치야 물론 당연히 21세기 대한민국의 사회교과를 염두에 두고 이 글을 쓴 것이 아니므로 다루고 있는 영역도 다가가는 방식도 다르다. 국가로 분화되기 전 혹은 그 과정상의 유럽 여러 나라들의 분쟁과 연합은 우리로서는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프랑스의 왕이 오스트리아를 다스리기도 하는 따위의 이야기들 말이다. 그래서 우리 사회 교과서에서 생략되기도 하고 정리되기도 한 부분을 곰브리치는 비교적 자세히 다루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읽힐까 싶어 술술 읽어나갔지만 그래도 내가 밑줄친 부분이 있다. 특히 학교 다닐 때 늘 잘 풀리지 않는 문제처럼 가슴에 묵직히 얹혀 있던 단어 '계몽주의'에 관한 부분이다. 

아이들은 매질을 해야한다. 여자들은 어린 나이에 얼굴도 모르는 남자와 결혼해야 한다. 농부는 일하기 위해서만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니 불평해서는 안 된다....아무렇지도 않게 이런 생각을 하던 시대에 '관용과 이성'으로서 모든 인간의 똑같은 권리와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게 되는 세상이 온다. 이것이 바로 18세기초에 등장한 계몽사상이다.  계몽주의를 배우면서 그게 왜 그토록 중요한지, 아니, 그 말뜻- 남을 가르치고 깨우친다는- 자체가 이해가 안 되고 그저 달달 외워서 그 시기를 극복했던 내게 이토록 계몽주의를 명쾌하게 설명한 책이 없었다. 사회 시간엔 왜 이게 안 됐을까? 아니, 분명 나의 몇 분 사회선생님 중에는 이와 같이 쉽게 설명한 분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교실의 어떤 공기가 그것이 내 뇌 속으로 쏙 들어오는 걸 막았겠지 ㅋ 

곰브리치의 시각이 완전히 새롭거나 진보적이거나 창의적인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분명 주류의 역사 서술 방법과는 조금 다르다. 전공이 아니어서 좀더 자유로웠는지도 모른다. 예술사를 썼던 사람이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나의 학급문고 목록에 이것을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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