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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오테라피 - 독서치료, 책속에서 만나는 마음치유법
조셉 골드 지음, 이종인 옮김 / 북키앙 / 2003년 5월
평점 :
60시간 독서치료 상담연수를 받고 우리 학교 상담실에서도 독서치료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일년 간 시행했다. 주로 생활지도부에서 징계를 받아 오게 된 아이들 혹은 담임교사들이 의뢰한 아이들이라 독서력이 매우 낮은 녀석들이기에 초등용부터 만화책까지 쉽고 재미있는 책 중심으로 구비해 놓고 문장완성 검사와 HTP검사 후 독서치료를 해 보았다.
총 7회 정도 진행되는 상담프로그램이 적어도 상담실에 오는 아이들으 마음을 조금은 어루만져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아이들마다의 상황에 맞는 책으로 심도깊게 상담을 했다 하긴 어렵다. 나는 먼저 아이들이 오면 상담실의 긴장감을 풀어주기 위해 책꽂이에서 아무 책이나 한 권 빼서 읽고 있으라고 한다. 코코아와 과자를 내주고 10분 정도 상담실에 혼자 앉아 책을 읽게 한다. 그때 아이들이 꽂아온 책이 무엇이었는가를 가지고 상담을 시작하기도 한다.
'비블리오테라피' 이 책뿐 아니라 독서치료 연수 중에서도 지도자들은 내담자가 안고 있는 상처를 이야기로 풀어낸 책들을 상담자료로 쓰라고 한다. 자기가 겪은 일을 객관화시켜 이야기로 만들어 놓은 것을 읽는 것이 얼마나 치유 효과가 좋은지는 조금만 책을 즐겨 읽는 사람이라면 다 안다. 그런데 내가 상담자로서 고민하는 것은, 아이의 문제는 바로 이것이다, 라고 딱 집어내는 것과 그 상황에 딱 맞는 책을 찾아내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안고 있는 문제는 아주 결정적인 것보다는 복합적인 것들이 많다. 부모의 불화와 경제적 어려움이 아이들의 일탈로, 낮은 자기긍정감으로 이어지고 그것들은 무엇이 원인이고 무엇이 결과라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서로 맞물려 있다. 그리고 근본 원인은 이혼으로 인한 엄마 상실감, 혹은 애정결핍일 수 있어도 아이가 지금 현재 당면한 큰 문제는 다른 것일 수도 있는 등 양상이 다양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단 처음 아이가 손을 뻗는 책이 무엇인지를 눈여겨 보는 것이다.
책 '비블리오테라피'로 돌아가자.
문학의 가치를 강조한 저자는 나아가 글쓰기의 치유력까지 조금 언급한다. 국어교사로서, 담임반에서 학급문고를 운영하고 두레일기를 쓰고 문집을 만들면서 100% 공감 또 공감이다. 그래서 이 책은 좋은 책이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외국책이다 보니 상황이나 예시된 책들이 절반 정도밖에 공감이 안 된다. 우리나라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독서치료를 한 사례가 이 책과 같은 형태로 나와 있다면 참 좋겠다. 내가 지난 해 우리학교에서 독서치료를 시작했으니 한 5~6년쯤 후엔 이런 책을 쓸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전에 이미 오래 전부터 이 작업을 해오셨던 선배들께서 빨리 그간의 경험을 모아 조셉 골드스타인의 책 못지않은 한국적 비블리오테라피를 써주시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