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밤은 노래한다
김연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만약 삶이, 옹골차게 계획한 대로 실행되고, 헛짓 없이 보람을 엮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세상에 악한 무리가 있고 그의 존재를 분명히 인식하는 바른 사람이 있고 그에게는 열정이 있고 그와 비슷한 생각과 열정을 지닌 이들이 곁에 있다면, 그래서 조금이나마 악한 무리를 물리치고 세상을 바로잡는 데 힘을 보탤 수만 있다면, 혹여 목숨을 희생하더라도 그 목숨이 아깝지 않을 보람이 있는 일이었더라면,
그런 삶은 살 만하지 않을까.
그런데 '밤은 노래한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지성에 열정에 세상에 대한 순수한 정신까지 가졌던 젊은이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저 순수한 감성으로 맑게 살 수 있는 젊은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왜 그다지도 허무하게 죽어가야 했을까, 혹은 망가져야 했을까...
김연수를 처음 읽었다. 신문 칼럼에서 재기를 발견했다면 이 소설에서 무게를 보았다. 난 조금 무거운 소설이 좋다. 가슴이 아프더라도. 덮여진 이야기를 다시 읊어줄 수 있는 작가 정신이 아쉬운 시대이지 않은가. 요즘 드문 이런 소설가를 이제서야 발견할 만큼 소설과 거리를 두고 산 문학도가 나였구나 싶다. 그의 작품을 찾아 읽으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