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 화가에게 말 걸다
최병수.김진송 지음 / 현실문화 / 200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감이란 타고 나는가, 길러지는가, 가끔 그런 생각을 해본다. 미술교육이 갖고 있는 틀거리, 그 한계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통해야만 길러지는 어떤 것이 분명 있다. 혹자는 정규미술 교육이 창의성을 죽인다고도 하고 혹자는 어떤 위대한 화가의 자유로워 보이는 그림도 탄탄한 데생력에 바탕하고 있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최병수의 작품들이 눈물을 부르는 것은 사람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젊은 날의 경험과 사고의 공감대 때문이리라. 그것만으로도, 세상이 알아주지 않아도 충분히 최병수의 존재가 가치로웠을 것이다. 그림이 혹여 조악했더라도 말이다.

그러나, 익히 알고 있던 그의 붓질 속에서 문득문득 발견하는 서늘한 아름다움, 그 미감에 난 더욱 놀랐다. 장산곶매의 그 구조적 아름다움을 보라. 그 규모를 보라. '초심불심'의 그 발상과 어우러지는 아름다움을 보라.

집에는 우리가 결혼할 당시 민미협에서 일하던 친구가 선물한 '분단인'이 걸려 있다. 누군지도 모르고 쓰다듬어 보곤 했던 그의 연필 사인. 그가 하룻밤 새 그림값이 치솟는 스타 화가들의 허명을 눌러주는 날이 온다면, 세상은 더이상 지금 같진 않겠지. 그런 날이 오리라는 희망이 박할수록 그의 존재는 안타깝고, 그리고 귀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