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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내가 너에게 갈게 ㅣ 마디북 청소년 문학 2
이수연 지음 / 마이디어북스 / 2026년 3월
평점 :
어느 날 갑자기 엄마가 죽었다. 정의롭고 따뜻하던 엄마를 몹시 사랑하던 고등학생 소녀 시이에게 엄마를 앗아간 것은 교통사고. 졸음 운전으로 다섯 살 꼬마에게 달려들던 트럭으로부터 아이를 구하려고 뛰어든 엄마와 그 아이까지 희생 당한 ‘선아동 트럭 사건’이다.
엄마 없는 우울한 고1을 맞이하게 된 주인공 시이에게 같은 반에 ‘은지’가 등장한다. 하지만 사실 은지는 스물다섯 살이다. 트럭 사고로 죽은 꼬마의 엄마다. 열일곱 살에 아이 엄마가 되는 바람에 멈췄던 학업을 이으려 늦은 나이에 고등학교에 들어온 은지를 시이는 금방 알아본다. 시이의 엄마, 그러니까 은지의 아들을 구하려 트럭에 뛰어든 은인의 장례식장에 은지가 왔었기 때문에.
은지는 시이에게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지만 엄마를 잃은 슬픔과 우울 때문에 세상 모든 일에 짜증이 나고 예민해진 시이는 은지가 싫다. 심지어 다른 친구도 사귀고 싶지 않다. 다른 청소년 소설들이 힘든 일을 겪어도 꿋꿋한 캐릭터들을 많이 그리지만 이 소설 주인공 시이의 공허함, 까칠함은 소설적이기보다 현실적이다. 작가의 감정이 잘 스며들었다는 느낌이 든다. 작가 소개에 ‘자살 생존자’라고 되어 있는 걸 보면 고통의 심연을 작가 스스로 잘 알고 있는 거다. 그래, 힘든 일을 겪은 사람들은 나에게 해를 끼치지 않은 사람에게조차 적대감을 느낄 수 있다. 내가 이 소설에서 가장 높이 평가하는 부분 중 하나는 바로 이런 주인공의 심리 묘사였다.
스물다섯 살의 은지는 어쩌다 아기 엄마가 되었을까? 미혼모 이야기를 다룬 청소년 소설로 <두근두근 내 인생><두 번째 달, 블루문> 등이 있지만 이 소설처럼 다시 학교로 돌아와 학업을 이어 나가는 미혼모 이야기는 처음이다. 내가 가르치는 남학생들에게 미혼모의 세상에 대해 소설로 만나보라 권할 때, 너희들이 그 미혼모가 낳은 아기의 아빠라고 상상해 보라 한다. 물론 이 소설에는 은지의 아기를 함께 만든 남자아이 이야기는 거의 나오지 않지만 열일곱 살에 아기 엄마가 되어야 했던 한 소녀의 아픔에 조금은 다가갈 수 있다. 이런 장면이 내가 이 소설을 높이 평가하는 두 번째 장면이다.
그렇게 친구가 되어 서로의 아픔을 보듬는 두 소녀 주변에는 말없이 그들을 지켜봐 주는 사람들이 있다. 은지가 쉼터에 있을 때 보듬어준 사회복지사들, 은지와 시이가 알바를 하던 카페 사장 등, 그런 어른들이 있어야 어떻게든 이 세상이 살아낼 만하지 않겠나. 그리고 읽을 땐 시이의 마음에 감정이입했던 나도 현실로 돌아와, 나는 그런 어른인가 스스로 자문한다. 자립청소년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무언가 하고 싶은 마음을 품으면서도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던 어른들이라면, 한 손이라도 내밀어 그 어린 영혼들이 견뎌내고 살아낼 수 있도록 돕자고 말하고 싶다. 만약 이 책을 읽고 그런 한 발자국을 내밀었다면 그것은 또한 이 책의 미덕이 되리라. 나는 매달 소액이나마 기부하는 초록우산 프로그램에 가입함으로써 내 삶에 영향을 준 책 목록에 이 책을 추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