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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미스터 타이거 ㅣ 창비청소년문학 148
나혜림 지음 / 창비 / 2026년 5월
평점 :
* 이 글은 <오늘의 교육> 5,6월호에도 실렸습니다.
<안녕 미스터 타이거>는 내가 좋아하는 나혜림 작가의 새 책이다. 나혜림은 <클로버>라는 고양이로 변신한 악마가 등장하는 전작으로 이미 내 마음을 사로잡았었다. 이번 책도 만화 같은 표지에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을 연상케 하는 제목도 매력적이어서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새책이 나왔구나 싶어서 참 좋았다.
하지만 이 소설은 ‘청소년 소설’이라고만 하기엔 너무 아깝다. 그 뛰어난 문장력뿐 아니라 이야기 속에 스며든 다양한 전설과 민담 같은 옛이야기며 조선의 문화, 당시 사람들의 정서, 근대의 풍경까지, 작가의 공부가 깊다. 감정이나 상황에 대한 묘사 또한 뛰어나다. 주인공인 계손향이 기생이 되기까지의 개인사에 깃든 슬픔과 그럼에도 당당하게 자기 삶을 펼쳐나가는 줏대 같은 것들이 과장되지 않아 실제 인물인가 싶을 정도이다. “내가 나를 버리지 않으면 아무도 나를 버리지 못한다.” 행수 기생 목단이 계손향에게 한 말을 빌어 말하자면 주인공이 사진을 찍고 외국어를 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삶을 펼쳐나가는 모습이 참으로 주체적으로 느껴진다.
미국에서 온 노월이라는 이방인은 또 어떠한가. 사진과 천문학에 대한 관심, 낯선 세상에 대한 관심과 인류 보편에 대한 진지한 이해는 일관성이 있다. 주인공인 기생 계손향에게 “그대가 이야기를 즐기는 마음은 내가 별을 보는 마음과 같아요”라고 말한다. 편견 없이 아름다운 관점 아닌가. 이 둘의 사랑은 아름다우면서도 점잖다.
갑신정변이며 기미 만세 운동까지 역사적 사실도 녹아든다. 기생 만세운동을 주도한 계손향의 절친 ‘영월’을 통해 이 소설은 일제강점기를 ‘로망스 가득한 벨 에포크’로 만드는 오류를 피해 간다.
몇 년 전이지만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이 너무나 재미있으면서도 그 안에 담긴 의미며 언어 구사력이 아이들에게도 보이고 싶었던 까닭에 동아리 <드라마 연구반>을 만들어 꼭꼭 씹어먹듯이 같이 감상하고 공부했던 적이 있다. 이 책도 동아리에서라도 수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알차고 귀하다. 엄청나게 많은 작가들이 오늘도 끊임없이 멋진 글들을 쓰고 있다. 읽는 사람은 점점 줄고 있다는 현실이 안타까울 만큼. 학교는 그나마 어떻게든 이런 책들을 읽힐 수 있는 곳이어서 다행이다.
아쉬운 마음도 한 줄 적어 본다. 청소년 소설을 꽤 많이 읽고 있지만 역시 창비 같은 큰 출판사에 쏠림 현상이 있다. 그리고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을 보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는데 미국에 대한 호감이 담긴 작품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일제 강점과 격동의 시대에 미국은 상대적으로 덜 미운 이방의 나라일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합리적이고 젠틀한 이미지의 미스터들, 조선의 여인을 기꺼이 사랑하고 그녀들이 당당하게 살아가도록 도와줄 수 있는 존재들의 등장이 매번 반갑기만 한 건 아니다. 20세기와 21세기의 ‘미리견(미국)’을 겪어본 사람으로서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