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한 비밀 창비청소년문학 143
강은지 지음 / 창비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이 글은 <오늘의 교육> 2026년 3,4월호에도 실렸습니다.



청소년 소설은 재미있다. 나처럼 수십 권(후다닥)을 읽어대면 그 얘기가 그 얘기 같을 법한데 절대 그렇지 않다. 어느 소설에나 성장의 서사가 있고 고난의 가정사가 있지만 때로는 판타지로, 때로는 음습하게, 그러면서도 빛나는 메시지를 담는다.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청소년들에게도 선택받아야 하므로 무지하게 재미있을 수밖에 없다.

 

<소란한 비밀>은 거짓말에 대한 소설이다. 청소년기에 거짓말은 흔한 경험이다. 어쩌면 거짓말의 터널은 성장의 무수한 터널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누구나 겪는 흔한 경험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관계를 해칠 수도 있고, 심지어 몸에 배어 영영 그런 사람으로 살아가게 만들기도 하는, 중요한 경험이다.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해야 할 때도 많고 거짓 이라기보다 마음과 다르게 표현해야 하는 상황도 있게 마련이다. 이 소설은 다섯 명의 청소년(소녀)들이 거짓말 무덤이라는 익명의 사이트에서 자신의 거짓을 털어놓다가 그것들이 세상에 다 까발려지면서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청소년이라고 늘 희망적이고 교훈적인 것만 읽으란 말이냐고 반문한다면, 그런 것들이 읽고 싶다면 그보다 넓은 문학의 세계로 나아가라고, 얼마든지 음습하고 끔찍하고 헤어나올 수 없는 현실 반영들이 있으니 거기까지 독서력을 확장해 보라고 말하고 싶다. 아니, 사실은 결론은 다 나름 훈훈할지라도 청소년 소설에도 아동학대, 임신과 출산, 버림받음, 배신과 살인, 이간질과 악플, 지독한 가난, 가출 등 비린내 나는 현실이 난무한다. <소란한 비밀>에도 입양, 부모의 이혼과 재혼, 특히 외국에서 온 새엄마, 치열한 경쟁, 그리고 왕따와 같은 문제들이 뾰족하다. 추리소설처럼 거짓말한 아이들을 추적하고, 그걸 폭로한 아이를 찾아내는 과정은 흥미진진하다. 이러다가 모두 파국으로 가(진 않겠지만)면 어쩌나 싶은 위기의 단계도 있다. 하지만 등장인물들 누구도 악인으로 흑화되지 않는다. 결말이 훈훈한 것은 독자와 타협을 했기 때문도 청소년 소설다운 올바름을 의식한 때문도 아니다. 실제로 거짓말을 하되 내면으로는 두려워하고 부끄러워하고 이겨내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현실 속에 훨씬 많기 때문이다.

 

거짓말 무덤에 묻고 싶었던 각자의 거짓들은 어떻게 극복될 수 있을까? 거짓이 드러나는 순간은 본인에게는 지옥문이 열리는 시간처럼 느껴지겠지만 그렇게 말고는 그 거짓의 시간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은 따로 없어 보인다. 작가도 말한다. 솔직하게 말하고, 화내고, 울음을 터뜨리라고. 그런 소통이 아니면 거짓을 말할 수밖에 없었던 네 마음의 지옥은 결코 헤어나올 수 없다고. 물론 그때 가장 중요한 것은 거짓을 털어놓을 수 있는 너 자신의 용기이겠지만 네 곁에는 꼭, 왜 그랬냐고 화내 주고, 그러나 다 들어주겠노라, 이제는 솔직한 네 마음을 들려달라고 곁을 지켜주는 친구나 가족이 있어야 한다고.

그렇게 하나, 빛나, 유진, 아율, 그리고 다온 이렇게 다섯 아이들은 거짓말 무덤을 열고 세상으로 나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