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이라 그랬어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소설의 재미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급박한 사건의 전개, 퍼즐 맞추기처럼 뛰어난 플롯, 반전, 뛰어난 심리 묘사, 절묘한 문장.... 김애란은 어느 쪽일까?

이번 소설집은 사건이 주는 재미랄 게 딱히 없이도 끝까지 읽고 싶어지는 매력의 단편들이 가득했다. 읽으면서 내내 이 재미의 정체가 궁금했다. 나도 한번쯤 겪어보았을 법한 미묘한 갈등이나 심리의 변화를 잡아내는데 그게 지루하지 않다. 그렇다고 기교를 부린 문장들이 난무하지도 않는데(최근에 본 어떤 인터뷰에서 놀라운 문장력을 구사하는 김애란을 보면서 저런 사람이었구나, 감탄한 적이 있지만 정작 그의 소설에서는 문장의 화려함이 시그니처는 아닌 듯했다.), 빠져든다.

 

표제작인 <안녕이라 그랬어>는 온라인으로 영어수업을 하는 장면이 소설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인공이 왜 지방에서 직업도 가족도 없이 한적하게 지내야 하는지를 설명하기는 하지만, 그래서 온라인 영어 수업의 대화 중에 그런 곤혹스러움이나 외로움의 느낌을 납득하게 하지만 그게 그리 강렬한 사건들은 아니다. 그런데 영어 강사와 주인공 사이의 덤덤한 대화 사이에서 미묘한 흔들림, 특히 외로움 같은 게 섬세하게 묻어난다. 원래 우리들의 일상 대화도 별것 없는 대화와 대사들 사이에서 상대방의 감정은 무엇이었는지, 내 말투나 표현에 오해의 소지는 없는지 돌아보기도 하고 그러지 않는가.

절제된 감정을 뒤로 하고 마지막 수업에 남기는 인사, 그저 안녕’ - 그 무수한 뉘앙스의 안녕으로 끝을 맺는다. 새벽에 책을 읽다가 결말이 탁월하다고 생각했다. 혹시나 다른 약속을 잡으려나, 약간의 고백이라도, 감사라도, 연정의 안개라도 피울까 싶었던 마지막 인사가 안녕,에서 갑자기 뚝 끊겨버린 결말. 잔잔한 가운데 낯선 충격이었달까. 소설을 어떻게 써야 할까에 대한, 독자로서가 아니라 작가의 관점에서 내내 책을 읽은 신선한 경험을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