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와 차별은 어떻게 정치가 되는가 - 열 가지 키워드로 읽는 21세기 극우의 현장
카스 무데 지음, 권은하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대 남자 청년들의 극우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이제야높아지고 있다. 나는 남자중학교에 근무하면서, 이 위험성이 앞으로 어떻게든 발현하고야 말 것이라고 10여 년 전부터 주장해 왔건만.

 

20대 남자라고 하지만 사실 그들의 정서와 판단은 10대 남자과 거의 동일하다. 10년 전에는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자주 들락거리는 일베 사이트에서 학습한 것들을 거르지 않고 그대로 커서 어른이 되면 어쩌나 걱정을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들은 유튜버나 젊은 정치인으로 성장하여 다시 다른 젊은이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한때는 재미로 노무현을 비하하고 패드립을 일삼고 성적인 발언을 하며 낄낄대던 청소년이었지만 이제는 신념으로 가득찬 극우의 행동대들이 되어 있는 것이다.

 

어떤 이는 그들의 철학적 토대가 취약하다고, 걱정할 거 없다고 말하지만 사회적으로 취업과 성취와 자존감에서 낭패를 경험하여 갈 데 없어진 젊은 남성들이 극우화되기 시작하면 그 에너지를 어찌 감당해야 할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나타나는 어떤 현상은 반드시 5년 후 10년 후 어떻게 변질, 발전, 변화, 성장할지 내다봐야 하는 것이다.

 

10년 전쯤 걱정되기 시작했던 일베는 지금 그 규모가 더 커졌다. 펨코, 디시 등 확대된 사이트에서, 이제는 보편적인 문화가 되어 버린 정치색, 여성 혐오, 극우화, 폭력화로 세력이 확장되고 있다. 물론, 아직도 다수는 아니다. 아직도 다수는 건강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한다. 하지만 그 저변은 넓어졌고 민감성은 갈수록 떨어진다는 게 문제다. 더 큰 문제는, 나쁜 문화를 그야말로 하위문화로 치부하고, 더러운 문화도 건전한 문화로 정화시킬 수 있는 건강한 에너지원이 없다는 것이다.

굳이 대안을 말하라 하면 젊은이면 누구나 취업과 결혼, 출산, 존중받는 성인으로서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모두 누리는 사회가 된다면 그런 문제들은 서서히 사라질 것이다. 그렇지만 청년 실업, 빈부격차, 결혼과 출산의 부담, 집값 문제가 그렇게 쉽게 해결될 문제일 리 없다.

 

이 책은 주로 유럽을 중심으로 한 극우 정치화의 문제를 다룬다. 저자는 자유민주주의라는, 한국에서라면 조금은 가치 편향을 담은 단어로 대안을 삼는다. 그저 건강한 자본주의라도 이룰 수 있다면 극우화는 좀 막을 수 있지 않겠냐는 저자의 생각이라고 해석하련다. 자본주의라는 것 자체가 빈부격차를 필연으로 안아야 하는 체제인데 그게 가능할까 싶은 건 나의 견해이지만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