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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의 언어 - 삶과 죽음의 사회사, 2024 아우구스트 상 수상작
크리스티안 뤼크 지음, 김아영 옮김 / 북라이프 / 2024년 11월
평점 :
학교에서 선생님들께 생명존중 연수로 관련 도서를 읽고 간단한 소감문을 쓰시도록 하려고 책들을 찾아보았다. 최승자가 번역한 <자살의 연구>, 아직 읽지는 않았지만 그 유명한 에밀 뒤르켐의 <자살>, 그 외 딱히 떠오르는 책이 없었다. 아! <뉴욕정신과 의사의 사람도서관>도 재미있게 읽긴 했다. 사서 선생님, 상담사 선생님께도 부탁해 봤지만 생각보다 이 분야만 다룬 책이 많지는 않다. <자살의 언어>는 사서 샘이 추천해 주신 책이다. “아마도 선생님이 찾으시는 바로 그 책”일 거라는 추천사에 걸맞게 우리 선생님들이 읽으시면 딱 좋겠다.
자살이라는 주제는 학교에서 학생들 중 자살/자해를 꿈꾸는 아이들을 만나면서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하는 주제가 되었다. 사실은 언급하고 싶지도 않은 주제이지만 세계 자살 1위 국가가 된 대한민국에서 살다 보면 가까이든 멀리든 자살을 꿈꾸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기에 결코 회피할 수도 없는 주제이다. 그러니 이 음습한 이야기를 피하지 말고 읽어라도 봐야겠다,
크리스티안 뤼크는 스웨덴의 정신과 의사란다. 하지만 임상적으로 만난 환자를 대하는 시선으로 자살 문제를 다루지는 않는다. 정신과적 접근뿐 아니라 자살의 사회사도 다루고 안락사 혹은 조력사에 대한 탐구도 함께 한다.
나이가 들면 누구나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젊은 사람들도 자신의 부모 세대를 보면서 죽음을 성찰하지 않을 수 없다. 사회적 압박 속에 만나는 많은 죽음과 더불어, 선택이라 할 수는 없지만 사회적으로 자살에 선택당했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그런 안타까운 죽음도 많다. 자살이 남은 자들에게 얼마나 큰 형벌이 되는지 잘 알기에 결코 용납하고 싶지 않지만 한편으로는 오죽했으면 죽음을 택했을까 싶은, 그런 죽음도 많다. 종교에서 그들에게 천국을 허락하지 않는다지만 만약 죽을 수밖에 없는 고통에 몸부림치던 이라면 종교마저 그들을 저버릴 때 그 버림받은 영혼들을 어떻게 위무할 수 있을지 안타까워했던 적도 있다.
나는 중학교 교사이다. 우리 학교에도 흔치는 않지만 가끔 자해를 하거나 자살관념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있다. 대개는 가정적 원인이나 친구 관계 등 학교에 요인이 있다. 그것들을 빨리 발견하고 대처를 잘하면 극복이 되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만약 그 시기를 놓치면 그 문제가 해결되고 나서도 기분, 심리, 정서, 의식 속에 고질적으로 자살생각, 우울감 따위가 남아 두고두고 그 사람을 괴롭히기도 한다. 어른들이 할 일은 작은 싹이 텄을 때 빨리 발견하고 도와주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