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사이언스 - 아름다운 기초과학 산책
나탈리 앤지어 지음, 김소정 옮김 / 지호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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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현실주의자이고 합리주의자이다. 있는 것만 보이고 앞뒤가 맞아야 믿는 사람이다. 몰라서 오해하는 부분이 있을까 봐 최대한 많은 것을 보려 애쓰고 마음을 열어놓으려 노력하며 공부할 뿐이다.

침대 머리맡에 사주명리학 책과 더불어 과학 에세이들도 쌓여 있다. 무엇을 아무리 공부해도 세상 이치를 깨우칠 리 없으며 어떤 통찰력을 갖게 되더라도 진정한 세상의 이치를 다 알기엔 편협한 생을 살다 갈 것이다. 하지만 알아가려는 그 노력의 여정은 즐겁다. 알면 알수록 내 존재의 하찮음이 느껴지는데 그 깨달음이 더욱 즐겁다. 내 존재가 작아질수록 생명과 죽음의 무게가 가벼워진다.

 

유시민이 과학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이 책 읽어보라고 권한 책 중 하나가 바로 이 <원더풀 사이언스>이다. 누구는 이 사람의 입담을 칭찬했지만 미국식 유머가 꼭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다. 다만 비유와 표현력은 정말 대단하다. 그래서 더 쉽게 이해가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술술 읽히는 글을 만날 때마다 갖는 의문인데, 원 글을 잘 쓴 걸까, 번역을 잘한 걸까? 글 자체가 복잡하고 난해한데 깔끔한 문장의 번역이 나올 리는 없을 것이다. 원래 잘 쓴 글을 망치는 번역도 쉽진 않다. 아마도 이 책은 원저자 나탈리 앤지어의 뛰어난 글솜씨가 좋은 번역가를 만났을 것이다.

 

확률, 척도에서 시작해 화학, 물리, 진화생물, 분자생물, 천문학으로 끝난다. 과학이야기가 천문학에서 끝나면 인문학도들도 마음이 놓인다. 이 공부의 끝을 우주의 존재론에 대한 생각으로 확장하면 이 모든 존재와 고민이 공즉시색(空卽是色) 같기도 하니까.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런 생각이 그러니까 나의 삶은 얼마나 짧으며 나는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가로 끝나지 않고 내 존재의 하찮음 덕분에 삶에 대한 집착을 덜 수 있다는 것이다. 과학 공부를 하면서 그런 성찰을 얻다니. 최근에 읽은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도 그렇고 김상욱의 에세이들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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