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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생의 생존법 ㅣ 문학동네 청소년 66
황영미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1월
평점 :
청소년 소설을 쓰는 작가들 중에 이런 의 문을 품은 이들이 있었을 것 같다. 왜 청소년 소설은 보통의 청소년 혹은 공부는 못하지만 자유로운 상상력을 지닌 청소년, 경제적으로나 가정적으로 불우한 처지의 청소년을 주로 다룰까, 하는... 어른들은 흔히 공부 잘하는 모범생들은 별 고민 없이 세상을 잘 살아갈 것처럼 생각하지만 그들은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다. 특히 1등이나 꼴등이나 모두 학업스트레스를 품고 살아야 하는 대한민국에서는 더더욱. 그러니 겉으로는 어려움이 없어 보이는 소위 ‘모범생’들에게도 관심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어쩌다 보니 상담실 도서로 <가짜 모범생>과 <모범생의 생존법>을 구입하고는 요즘 청소년 소설의 관심은 ‘모범생’으로 방향을 틀었나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작가들의 섬세한 촉수는 내가 걱정한 것처럼 겉으로, 상대적으로 덜 힘들어 보이는 모범생들 내면에도 어려움이 많을 거라는 데에 가 닿았나 보다.
<모범생의 생존법>은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다. 공부도 잘하고 똑똑하고 또 바르기까지 한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대부분의 청소년 소설에 등장하는 비뚤어진 모범생이 아니라(물론 이 책 등장인물 중에도 그런 학생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마저도 상처가 있는 ‘미숙한’ 존재일 뿐 진정한 악인이라 하긴 어렵다). 자기 삶에 최선을 다하는 착한 아이들이다.
사실 ‘전형성’이라는 것은 그저 사람들 머릿속에나 존재하는 것이지 현실의 청소년들은 우리 어른들 하나하나가 그렇듯 개개인만의 특이점이 있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도 모범생이면서 개성이 있는 친구도, 모범생이면서 경쟁에 특화된 학생도, 모범생이면서 진정으로 순하고 성실하기만 학생도 있다. 사실은 경쟁에 예민한 면은 있을지 몰라도 그악스럽고 치밀하고 치열한 학생들보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학생들이 더 많다. 이 책의 주인공 준호도 스트레스는 받을지언정 남을 미워하기보다 자신을 돌아보는 마음으로 열심히 공부하고 친구도 사귀고 이성친구에 마음이 달뜨기도 하는 사춘기 소년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디테일이 살아 있다’고 생각했다. 청소년 소설을 쓰는 작가들이 많은 취재와 경험을 바탕으로 쓰기 때문에 대부분 청소년들의 삶과 행실과 대화를 잘 반영하고 있지만 특히 이 소설은 고등학생들이 공부할 때의 분위기나 대화 등 세세한 부분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작가 주변에 또래 학생들이 있어 직접 보고 겪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