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빨강 1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04년 4월
구판절판


(매를 맞고) 다시는 화원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집에서 울던 어느 날 밤, 어머니는 이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고 말씀하셨어. 첫 번째는 어린 시절 맞은 매의 영향으로 항상 억눌려 있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은 언제까지나 억눌려 있을 거라고.. 왜냐하면 매는 그 목적대로 인간 내부의 악마를 죽이기 때문이야. 두 번째 부류는 매로 인해 내부의 악마를 죽이지 않고, 오히려 그를 위협하고 잘 길들인 운 좋은 사람들이지. 물론 그들도 어린 시절의 나쁜 기억을 절대로 잊지는 못한다네... 두 번째 부류에 속하는 사람들은 악마와 잘 지내는 것을 배웠기 때문에 교활하고, 모르는 것을 통찰하고, 친구를 만들고, 적을 식별하고, 등 뒤에서 돌아가는 음모를 제때 감지한다고 하셨네. -281쪽

그림에 그려진 시인의 눈을 보면 다른 얼굴들처럼 평범한 얼굴이라는 걸 알 수 있네. 죽은 압둘라 하피티가 지금 이곳에 잇어도 이 그림의 얼굴로는 그를 전혀 알아볼 수 없을 것일세. 하지만 우리는 완전히 이 그림을 신뢰할 수 있어. 그림의 분위기, 하피티의 자세, 색, 금박, 그리고 비흐자드가 그린 이 아름다운 손에는 너무나 멋진 뭔가가 있으므로 이것이 어떤 시인의 초상이라는 게 확실해지지. 왜냐하면 우리 세계의 그림은 의미가 형식보다 우선하기 때문이라네. 술탄이 죽은 자네의 에니시테에게 주문한 책처럼 유럽인과 베네치아인 화가들을 모방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 의미의 세계가 끝나고 형식의 세계가 시작될 걸세. -190쪽

그 그림에서는 유럽인들의 그림에서처럼 사물이 신의 마음 속의 중요성을 따르지 않고 우리 눈에 보이는 것처럼 그려졌다고 하더군. 그건 아주 커다란 죄라는 거야.-3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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