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우주 반올림 51
오시은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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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수업에서 소설 읽고 노래가사로 재구성하기수행평가를 하고 있다. 네 시간 정도 오롯이 책만 읽고 책 읽은 내용을 정리한 후 아이들이 조사한 노래가사에 소설 내용을 입히는 것이다. 한 학기 한 권 읽기 독서교육의 효과와 운문을 쓰는 연습까지 함께 할 수 있다. 교실에서 네 시간 책읽기를 하려면 한 학급 학생 수는 27명의 두 배 정도 되는 책이 필요하다. 다행히도 요즘은 예산이 없어서 책을 못 사는 일은 없다. 문제는 다 다른 50여 권의 책을 고르는 일이다. 물론 나는 이 수업 이전부터 독서수업을 오래 해왔고 그때그때 책을 골라왔다. 게다가 재작년에 우리 학교 선생님들과 함께 남자중학생에게 권할 책 소개하기프로젝트로 책도 한 권 만들었다. 그러니까 최근 3년 동안은 미친 듯이 청소년 소설을 읽은 것 같다. 일단 나부터 재미있게 읽지 못하면 학생들에게 권할 수가 없는데 요즘 청소년 소설은 재미있을 뿐 아니라 정말 수준도 높다. 성장기 아이들에게 교육적으로도 좋은 책이어야 하니 갖추고 있는 미덕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한때는 중학생들과 그림책 읽기를 하면서 어른들도 그림책을 읽어야 한다고 큰소리로 떠들고 다녔는데, 요즘은 어른들도, 특히 부모와 교사들은 꼭 청소년 소설을 읽으시라고 권한다. 아이들을 이해하는 데에도 정말 많은 도움이 되니까.

 

그렇게 엄선된 50권의 책 상자를 들고 들어가 책 경매하기방식으로 흥미를 유발하고 학생 개개인에게 맞춤한 책을 고르게 한다. 학생들의 독서수준은 천차만별이기에 나의 독서 상자 안의 책들 수준도 아주 다양하다. 초등 4학년이면 읽을 수 있는 <바늘장군 김돌쇠> 같은 책부터 한두 시간에 읽을 수 있는 <연어><행복이라는 말이 없는 나라> 같은 얇은 책, 초등용조차도 꽤나 두꺼운 <레 미제라블>, 그리고 <전갈아이>, 3 이상 정도의 독서력으로 생각을 많이 하면서 읽어야 하는 <소년이 온다>까지. 같은 책을 읽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있기 때문에 도서관 사서 선생님께도 이 수업에 쓸 도서목록으로 서가 하나에 복권으로 책들을 마련해주십사 부탁드렸다. 실제로 <아몬드>같은 책은 인기가 많아 아예 내 책 상자에도 두 권을 가지고 들어간다.

물론 이 도서목록은 매년 업그레이드된다. 새로 좋은 책들이 많이 나오니까. 출간된 지 오래됐지만 여전히 인기가 있는 <완득이> 같은 책도 있지만 특성상 아이들의 유행어가 많이 나오는 청소년 소설은 최근작을 고루 갖추고 있을 필요도 있다. 그래서 사서 선생님과 함께 따끈따근한 청소년 소설이 나올 때마다 열심히 읽는다. 때로는 이 책들을 읽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들 정도로.

 

<안녕, 나의 우주>는 당장 2학기 독서상자에 넣어둘 책이다. 최근 청소년 소설에는 과학적 상상력이 가미된 것들이 많다. 평행이론에 입각한 시간여행 이야기, 외계인 이야기, 인공지능 로봇 이야기 등등. <안녕..> 역시 외계인 이야기이다. 그런데 그냥 좀 황당한 상상의 이야기에 그치지만 않는다. 천체물리학적 지식에 기반하여, 존재 가능한 외계인과의 교감의 시간을 상상한다. 학생들에게 천문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 같다는 교육적 측면도 있고 우정과 공감이라는 감성적 가치를 전해줄 수 있다. 나 역시 아주 재미있게 읽었던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이야기가 이 책에도 나오는데 어쩌면 작가도 그 책을 읽으면서 저 아름다운 우주적 질서 속에서 지구인과 교감할 줄 아는 따뜻한 존재를 꿈꾸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국민학교’ 6학년 때 과학교과서 맨 뒤에 잠깐 나왔던 별자리와 천체 이야기에 매료되어서 천문학 공부를 하고 싶어 했었다. 엄마가 천체망원경 대신 쌍안경을 사다 주시는 바람에 집 옥상에서 매일 달의 분화구만 바라보았지만 그래도 그 시간은 참 행복했다. 스물네 살에 처음 교사가 되어 강원도에 가서 만난 첫 제자 중 한 명은 천문학과에 진학했다. 30년 동안 천문학을 공부한 제자가 이렇게 드물긴 하지만 내가 우리 독서 상자에 <안녕, 나의 우주>를 담아들고 교실에 들어가면 2000년대에 태어난 지금의 제자들 중 또 누군가는 우주를 꿈꾸고 외계인을 만나고 싶어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런 학문적 호기심과는 별개로도 이 소설은 아이들을 꿈꾸게 할 것이고 그립고 따뜻하고 힘들지만 이겨나가는 삶의 기운내기를 알려줄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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