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노을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82
이희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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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학교에서 남자중학생에게 권하는 책 이야기를 학교 선생님들과 함께 썼다. 가급적 거의 모든 선생님들과 함께 하려다 보니 정식 출판을 하지는 못했지만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1000부를 찍어 전교생과 나누고 신입생들이 입학할 때 선물로 주기도 했다. 그때 얼마나 많은 청소년 소설을 읽었던가. 내 수업시간에도 소설 읽고 노래가사로 재구성하기수업을 하기 위해 학생 한 명당 소설책 한 권을 꼭 읽히는데 그 수업을 위해서도 또한 엄청난 청소년 소설을 읽어야 했다.

요즘 청소년 소설은 우습게 보면 안 되다. 그 자체로도 훌륭한 이야기, 훌륭한 문학작품이 대부분이다. 교훈적이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강박이 전혀 없다 말할 수는 없지만 바로 그런 이유로 극복하지 못하는 비틀린 자의식에의 집착이나 비극적 세계관 따위의 매몰된 어른들의 문학이 환멸스러웠던 사람에게는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이희영 작가는 <페인트>로 이름을 알렸다. 그 책도 재미있었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었다. 파격적인 상상력이 돋보였던. 그에 비해 <보통의 노을>은 나쁜 사람이 하나도 나오지 않는 훈훈하고 착한 이야기다. 특별한 스토리가 없어도 재미있다. 말맛이 재미있기도 하고 사람들의 관계가 재미있기도 하지만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모두 매력적인 것도 한몫 한다. 주인공 노을이는 왜 이렇게 반듯한가. 노을의 엄마는 미혼모였는데 어쩜 그렇게 씩씩한가. 노을이의 여사친 성하는 쿨하고 시원시원한데 그 가족 모두가 그렇다. 멋진 사람들은 공통점이 있다. 성취에 매몰되지 않고 세상을 넓게 본다. 그리하여 자존감은 강하고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너그럽다.

 

미혼모, 그리고 동성애, 나이를 뛰어넘는 사랑, 이기적이지 않게 이웃과 나누며 살려는 삶, 그 어떤 삶도 사실은 보통이라 할 수 없다. 제목은 역설이다. 매우 특별하고 매력적인 사람들이 저리 어우러져 살 수만 있다면 누구도 아프지 않을 수 있을 텐데. 물론 이 책을 포함하여 청소년 소설을 읽다가 가끔 짜증이 나는 것은 책 속 이야기는 재미있거나 귀엽고 따뜻하지만 현실은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노을이 엄마는 다행히 아들을 잘 키워냈지만 우울하지 않게 자기 삶도 다독이며 좋은 엄마도 될 수 있는 미혼모가 몇이나 될까, 아니, 보통 엄마들도 그렇게 잘하기 쉽지 않음을 세상 모든 엄마들이 다 안다. 노을 엄마와 연하의 연인은 해피엔딩을 맞을 수 있을까? 그럴 수도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극히 드물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안다. 뉴스에서 본 온갖 비극적인 이야기들이 자꾸 떠올라 소설을 읽으면서 역설적으로 우울했다.

 

그리고 반전의 동성애 코드도 그렇다. 우리는 점점 많은 소설과 드라마, 영화에서 많은 동성애 코드들을 접한다. 더 많이 이야기되어서 그게 뭐 어때서?’ 이렇게 쿨하게 반응할 수 있다면 좋겠다. 하지만 현실은 남자중학교인 우리 학교 도서실에서 <, 사랑>이나 <환상비행>이나 <보통의 노을>처럼 성소수자 이야기를 담은 책들을 읽은 아이들이 불편해요.”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물론 좋은 독서는 불편한 독서다. 이야기할 게 많은 독서가 좋은 독서다. 당분간은 책은 재미나게 읽어도 실제로는 불편하다느니 역겹다느니, 이런 괴리감들과 외면, 비난, 조롱이 창궐할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는 정말로 쿨하게 대할 수 있는 날이 올 거다. 그런 날들이 오면 이 책 제목의 역설은 역사가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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