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올리브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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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는 그 사실이 놀라웠다. 첫 남편이 죽었을 때는 어떤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지금은 이런 생각을 했다. 그럼에도 여기 세상이 있다고. 하루하루 그녀를 향해 아름다운 비명을 질러대는 세상이. 그리고 그것에 감사했다.

 

어쩌다 보니 미국문화에 푹 젖어 살고 있다. 영어 공부 한답시고 <프렌즈><모던 패밀리><가십 걸> 같은 미드를 주구장창 보고 있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미국인들의 문화가 이제는 익숙해질 정도다. 가령, 외도는 기본, 이혼은 흔한 일, 청소년을 대할 때에는 늘 성적인 일탈보다도 마약을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그게 너무 커서 임신 정도는 일도 아닌?) 가장 큰 것, 서로에게 솔직한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 가족 간의 유대를 중시하면서도 분리는 확실히(우리 나라에 비하면) 하는 것, 등등.

 

<다시, 올리브>는 미드 속 도시(모던 패밀리는 캘리포니아가 배경이긴 하지만 중산층의 삶을 다루어서 좀 다른 분위기다)가 아닌 시골이 배경이고 주로 노년층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그놈의 그 바람피우는 이야기는 여기도 하염없이 나온다. 귀 수술을 위해 입원한 중에 몰입해서 읽었다. 많은 이들은 저자의 소설 속 인물들의 인생사에 감정이입을 했나 본데, 나는 그들이 사는 마을을 상상하는 재미로 책을 읽었다. 그리고 (전작은 읽지 않았지만) 이제는 노년이 된 주인공과 그의 이웃들의 삶을 통해 나의 늙어감에 대해 생각했다. 50대인 지금 생각하는 늙음이 아닌 죽음을 앞두게 될 늙음 말이다. 언젠가 올, 언젠가 반드시 올 그 늙음. 양상은 물론 다르다. 대개 혼자서 한적한 마을에 드넓은 집에서 노년과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미국의 노인들과는 좀 다르겠지만 대체로 혼자 외로움과 두려움을 맞이해야 한다는 점은 우리도 비슷하다. 우리 세대는 더 할 것이다. 언젠가는 누군가 반드시 혼자 남을 것이다. 그게 나는 아니었으면 해서 남편에게 나보다 오래 살아 나를 수습해달라고 농담 삼아 말하지만 내가 먼저 가고 남편이 혼자 남는 날들을 상상해도 마음이 아픈 건 사실이다. 부디 좀 외롭더라도 품위 있게, 자연과 더불어 어른답게 살다가 그렇게 갈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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