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노래 - 자연의 위대한 연결망에 대하여
데이비드 조지 해스컬 지음, 노승영 옮김 / 에이도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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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세이건, 정재승, 최재천, 쳇 레이보, 엘리자베스 토바 베일리... 과학자이면서 문학성 뛰어난 글을 쓰는 사람들 혹은 이야기꾼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거기 데이비드 조지 해스컬의 이름을 더한다. 나는 문학이 영혼을 구제한다고 믿는 사람이다삶이 팍팍할 때 살아갈 힘을 주는 것은 문학작품과 예술 작품들이었다. 소설과 시에 젖어 살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현실의 효용을 위해 매진하지만, 삶이 핍진하다고 느껴질 때, 책장 어딘가에 사랑하는 시인의 시가 꽂혀 있다는 것을 알기에, 읽다가 잠시 멈춘 보르헤스나 페소아가 있다는 것을 알기에, 황현산 선생과 문학에 대해 논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잠자리에 들기 전 단 몇 분이라도 내 영혼은 숨을 쉴 수 있다.

 

그런데 문학적인 과학자라니. 과학은 정연한 세상이라고들 하지만 아름다운 상상력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은 문학과 닮았다. 알지 못하는 세계에 대한 궁금함을 풀어가는 방식의 차이이다. 그래서 진정 과학의 세계를 탐구한 이들은 실로 문학적이었다. 뉴튼이 그랬고 어머니를 마녀사냥에서 구해내려고 이야기를 썼던 케플러가 그랬다. 우주를 탐구하다가 아름다운 문장으로 자기의 과학적 지식을 펼쳤던 칼 세이건 또한 그랬다. 거기 조지 해스컬을 더한다.

 

식물학자이고 나무를 탐구하는 그이지만 나무의 물성을 뛰어넘는 영성을 보는 이가 필자이다. 진정으로 나무와 교감하고 숭배한다. 사실 그러지 않으면 그 직업에 진정으로 종사하는 이라고 볼 수 없지 않을까? 강아지의 마음까지 읽고 헤아리는 강형욱, 어린아이들의 마음을 짚는 오은영, 달팽이의 입장에서 세상을 보는 엘리자베스... 교사도 그렇다.

 

해스컬은 케이폭 나무 이야기를 하면서 아마존 원주민들의 삶을 논하고 올리브 나무를 통해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람들의 역사와 갈등을 짚는다. 그렇다고 거기 역사적이고 정치적인 잣대를 들이대지는 않는다. 바라보는 이의 시선, 마치 오래 그 자리에 서서 사람들의 삶을 지켜보았을 나무 같은 시선. 그리고 그는 유려한 문체로 삶의 풍경을 묘사한다. 그의 글을 읽다 보면 어느새 내가 북미의 어느 강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흐르며 미루나무를 스쳐 지나는 것 같다. 황폐한 바람 속의 올리브나무 언덕에 서서 팔레스타인인들의 처절한 시위를 바라보는 것 같다. 케이폭 나무 위에서 원시림을 내려다보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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