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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일 - 지적 글쓰기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스탠리 피시 지음, 오수원 옮김 / 윌북 / 2019년 11월
평점 :
품절
올해 중1 자유학기제 예술체육에서 ‘드라마 이야기반’을 운영했다. 수업이 대부분 원격으로 진행되는 바람에 지난 겨울방학 내내 쌓아두고 읽었던 글쓰기 관련 책들이 좀 머쓱해졌지만 말이다.
드라마의 기본을 공부하고 간단히 구상도 해보는 수업이라 처음에는 글쓰기의 기초 – 비문이 아닌 문장에서 출발해서 문단의 구성이나 전체 이야기의 얼개(플롯)까지 –를 간략하게라도 가르쳐야겠기에 글쓰기 관련 책들을 쌓아놓고 보았던 것인데 읽으면 읽을수록 나야말로 체계적인 글쓰기 수업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정말 좋은 글은 그런 훈련에서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진정성은 좋은 기능성을 만났을 때 꽃을 활짝 피울 수도 있으니까, 나의 학생이든 나든 체계적인 ‘글쓰기 학습’은 유용하다.
이 책이 문장 공부에 꽤 도움이 된다는 평을 받긴 해도 영문학 중심의 책이다 보니 한국적 문장 구사에 엄청 도움이 되진 않는다. 다만 책을 통해 얻은 교훈이 있다면 문장 하나를 문단으로 확장하는 연습을 좀 더 해 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가령, 뜬금없이 독자의 시선을 확 잡아끄는 글쓰기 – 내 이럴 줄 알았다 , 뭐 이런 식으로 시작한다든지 -, 사유만으로 펼쳐지는 문장이라든가 시간 흐름을 무시하는 방식이라든가 디킨스 식으로 대조적으로 혹은 비유적으로, 마틴 루터 킹처럼 구조화한 글쓰기 등등 다양한 글쓰기 방법을 ‘훈련’해 보는 것 말이다. 학생들에게도 ‘~했더라면’으로 시작하는 문장을 써 보게 한다든지 주어 서술어(나는 일어났다)만으로 시작해서 각종 문장성분으로 확장하는 방식, 드라마를 보고 대사의 빈 부분을 채워 넣어보는 연습 등을 시켜보면 좋았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영어 공부를 하는 중이라 책 속의 영어문장을 감상하는 재미가 더 쏠쏠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