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맛깔스럽게, 도시락부 ㅣ 살림 YA 시리즈
범유진 지음 / 살림Friends / 2017년 5월
평점 :
학교에서 교육복지 업무를 맡고 있지만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데리고 나가서 문화체험을 하는 활동을 전혀 못 하고 있다. 원격수업으로 집에서 공부하는 시간이 늘다 보니 부모나 형제들과 갈등이 생겨 힘들다는 이야기를 듣고 ‘맛있는 꾸러미, 가족화합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았다. 동네 피자 샐러드 이용권과 마스크, 음식 관련 책, 담임 선생님의 손편지, 가족과의 대화시간을 찍은 사진이나 활동 소감을 적는 간단한 과제지 등을 우체국 택배상자에 넣어 학생들 집에 보내는 것이다. 가족과의 대화가 필요한 스물세 명의 학생 네 모두 일흔 네 명의 식구들을 위해 선생님들 열네 분이 모여 편지도 쓰고 포장도 하고 그랬다. 이 프로그램을 위해 사서 선생님께 도서 추천을 요청했더니 음식과 관련한 재미있는 책을 많이 소개해 주셨다. 수박 수영장, 여우 비빔밥, 구미호 식당, 식빵 레시피 채, 달걀 요리 책 등. 그 중 이 책 <맛깔스럽게 도시락부>는 내가 읽어보기 전이었던지라 단 한 가정에도 보내지 못했다. 뒤늦게 읽었는데, 어머, 참 재미있다~!
이런 요리 관련 활동이 아니어도 그냥 우리 학생들에게 읽히고 싶다. 등장하는 학생들 하나하나의 사연은 다양하고 아프고 따뜻하고 아름답다. 무엇보다도 재미있다. 성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음식을 통해 사람들과 나눌 줄 아는 어른스러운 아이들도 등장한다. 아픔을 이겨내는 저마다의 사연도 뭉클하다. 모든 아이들을 다 주인공 삼아 시점을 다양화한 것도 독특하다. 다만 아이들 하나하나의 사연만으로도 소설 한 편이 될 법한데 변태성욕자 이야기까지, 너무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좀 아깝다. 하긴, 마지막에 도시락부 아이들이 저마다 싸온 음식을 모아 커다란 도시락 바구니를 만드는 것처럼 저마다의 사연이 모여 어우러지게 하는 게 글쓴이의 의도였는지도 모르지.
직업 때문에 청소년 소설을 많이 읽느라 나의 문학적 영양소를 다른 데서 채울 시간이 없을 정도인데 요즘은 정말 잘 쓴 청소년 소설들이 많다. 그러고 보니 한강과 조선희 이외에는 최근에 한국 소설을 거의 읽지 않았는데도 전혀 갈증을 느끼지 않은 이유가 거기 있는지도 모른다. 청소년 소설이라는 구분을 넘어, 특히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들이라면 의심하지 말고 영역을 넓혀 소설을 읽으시라고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