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쓴다는 것, 그 거룩함과 통쾌함에 대하여 - 고미숙의 글쓰기 특강
고미숙 지음 / 북드라망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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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쓰기란 무엇인가. 글쓰기의 유의미함에 대해서 은유, 정여울, 리베카 솔닛, 정희진 등이 이야기했다. 거슬러 올라가면 버지니아 울프도. 누군가 나에게도 비슷한 질문을 했던 것 같다. 나의 세 번째 책이 나왔을 때. 바쁜 와중에 책을 쓰는 일이 어떻게 가능했는지를 물었지만 그 질문은 내게 나는 왜 글을 썼으며, 쓰고 있는 걸까라는 질문으로 환원되었던 기억이 있다. 나의 답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어서였다. 살아있음의 증명을 글이 대신해 준 것이었다. 어려서는 글이란 다른 예술적 재능들과 마찬가지로 타고나는 것이지, 범인들이 함부로 집적거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문학을 공부하겠노라고 선택했지만 그냥 읽는 게 좋았고 나아가서는 가르치며 아이들과 문학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게 좋았을 뿐이지 쓰는 게 나의 일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천상의 문장은 타고나야 쓰지 갈고닦아 쓸 일은 아니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를 작가라고 부르지 않는다. 다만, 내가 제자들에게 문학이 곧 삶이 되는그런 삶을 가르쳐왔듯 나도 삶 속에 녹아 있는 글쓰기를 하고 싶은 것뿐이다. 소소하고 시시하고 사사롭지만 글로 담아내며 내 삶을 다독이고 조금이라고 괜찮은 사람이 되려 애쓰기, 힘든 일을 글쓰기로 위로받기, 앞으로의 삶의 방향을 세울 때 글쓰기로 주변을 다스리기, 등등

 

고미숙이 말하는 글쓰기의 의미는 나의 것보다는 좀 더 학구적이기는 하다. 일단 우리의 몸이 걷고 움직이며 살아가듯 우리의 정신은 글쓰기로 그런 운동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변과 교감하기 위해서(독설적 글쓰기를 버렸다 한다), 아기가 직립을 위해 고개들기를 하듯이 튼실한 일상과 거룩한 비전을 세우기 위해서, 책을 제대로 읽기 위해서, 자신의 삶을 주도하기 위해서, 무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글쓰기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필요한 건 재능이 아니라 질문이다 . 삶에 대한 질문, 사람에 대한 궁금증, 사물에 대한 호기심, 무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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