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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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어떤 분야에 많은 지식을 갖고 있는 일도 쉽지 않지만 단편적 지식을 넘어서는 통찰력을 갖추기는 더 어렵다. 그리고 그보다 더 어려운 일이 알고 있는 것과 통찰하고 성찰한 것을 쉬운 말로 다른 이에게 나누는 것이다. 유시민이 존경받는 이유는 여기 있다. 그는 그 세 가지를 다한다.

유시민은 원래 경제학 전공자이다. 이 분야에 아는 게 많은 것은 당연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지금 사회와 묶어서 볼 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게다가 나처럼 고등학교 사회 시간 이후, 그리고 대학교 신입생 때 사회과학 공부를 한답시고 관련 책을 좀 읽은 이후에는 경제학 이론과 거리가 먼(은행 이율 계산하는 것도 머리 아프고 세금 낼 때마다 연말정산 할 때마다 눈앞이 캄캄해지는 사람이다) 삶을 살아온 사람들도 쉽게 읽히는 책을 쓸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원래 진짜 잘 가르치는 선생들은 어려운 내용을 쉽게 가르치는 법이다. 잘난 이는 많지만 함께 가는 이들은 많지 않은 이 이 척박한 대한민국에서 그는 그걸 해낸다.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세상에 드러날 무렵, 많은 이들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을 행사하는 그의 행태에 분노했지만 내 동생처럼 경제관념이 빠삭한이들은 내가 저런 이들을 위해 피 같은 세금을 내왔단 말인가!’ 하면서 분노했다. 같은 부모 밑에 태어났지만 경제적 유전자는 조금 달랐던 모양이다.

나는 문과적 감성으로 <경제학 카페>를 읽었다. 여기에 무수히 등장하는 경제학자들과 그들의 이론, 한없이 객관적으로 쓰려고 애쓴 저자의 이론 소개나 각종 계산식들은 수학 시간에 귓등으로 수업 듣는 학생마냥 건성건성 읽고 대신 듣고 싶은 말에만 귀를 쫑긋했다. 가령,

 

다른 일로도 먹고살 수 있는데도 몸을 팔 사람은 별로 없다. 동유럽 사회주의가 무너진 후 여자들이 매매춘으로 나서지 않은 나라는 옛 동독 하나뿐이었다. 흡수통일과 더불어 서독의 사회복지 제도가 그대로 이식됨으로써 여성들이 몸을 팔아야 할 절박한 생존의 벼랑 끝에 내몰리지 않은 덕분이라는 이야기다. 그리고 복지에 관하여 부자나라란 국민 개개인의 평균 부가 높은 나라가 아니라 국민 개개인이 평균적으로 높은 복지수준을 누리는 나라이다.라고 말하면서 GNP의 절대적인 크기가 아니라 그것을 인구수로 나눈 1인당 GNP가 빈부의 기준이 된단다. 1인당 국민총생산이 비슷하다면 국민 평균 노동신간 적은 나라가 더 부유하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GNP 수준은 높지만 실제 복지는 낮다.

그리고 새삼스럽긴 하지만 자연을 경제학의 세계에서 논한 것은 불과 50년도 되지 않는다.’는 말이 마음에 와 닿는다. 경제학의 출발은 발전, 그리고 그로 인한 갈등들이 아니었을까? 즉 산업자본주의의 발전과 경제학의 발로는 맞물려 있는 것이다. 자연이나 환경이라는 개념에 대한 관심은 자본주의 발전의 여파로 말미암은 것이다. 그 전에야 자연은 그저 늘 그 자리에 있는 것인 줄만 알았으니까. 유시민은 새만금을 언급하면서 깨끗한 자연은 아무 대가 없이 소비할 수 있는 자유재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오늘날에야 경제논리로 환경오염을 막아야 한다고 말하는 이도 많아졌지만 이제 자연과 환경은 비록 비경제적일지라도 놓쳐서는 안 되는 가치이다.

 

그리고 2002년에 쓰인 책이라 어떤 부분은 시대에 뒤떨어진 이야기가 나오는데도 의료서비스 시장과 의료보험 시장은 원래부터 자본주의 시장원리를 그대로 적용할 수 없는 예외 영역이라 개입과 통제가 불가피하다. 어느 나라도 의료 서비스와 약품 공급을 시장원리에 내맡겨둔 나라는 없다.’라는 구절은 2020년 지금에 더더욱 절박하게 다가온다. 코로나 사태를 맞으면서 사람들은 새삼 이명박 대통령 시절 추진했다 무산된 민간의료보험을 떠올린다. 미국의 의료실태를 언급하면서 완벽하진 않을지라도 의료를 국가가 거머쥐고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를 말한다.

공중보건 서비스는 국방이나 치안과 같은 성격을 가진 공공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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