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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급생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19년 10월
평점 :
어디선가 중고등학생들이 재미있게 읽을 만한 책이라고 해서 읽게 된 것 같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쓴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이라니. 하지만 결론을 말하자면 굳이 나의 학생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은 아니다. 추리물을 좋아하지도 않고 소설 속에 그려지는 교사들의 모습은 우리나라 90년대 이전의 학교문제를 담고 있어서 지금 청소년들의 정서에는 과거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만약 독서는 정말 싫어하는데 책 읽기에 흥미를 붙여줄 요량으로 아이들에게 권한다면 나쁘진 않을 것 같다. 그런데 그런 목적을 이룰 좋은 책이 세상엔 참 많다. 굳이 이 책이어야 할까?
추리물을 좋아한다면 즐길 만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복잡한 많은 이야기들이 맞물리게끔 써나가는 작가의 역량은 놀랍다. 물론 그 모든 사건들이 일어날 ‘개연성’에는 의문이 든다. 만약 내가 거의 읽지 않은 세상 모든 추리물들이 대체로 그러하다면 추리물의 공식으로 인정할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또 하나, 한때 무라카미에 열광하는 독자들이 많았던 현상과 더불어 요즘 중고생 중에도 일본문학에 매니악하게 열광하는 아이들이 있는데 그게 결코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어느(나라) 문화이든 경도되는 것에는 허상이 있게 마련이지만 특히 일본 문화에 대해서는 더욱 그런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딘가 정서적으로 친숙하면서도 우리에게 없는 부분들이 있다 보니 동경하게 되는 지점이 있다. 다양성을 받아들인다는 점에서라면 일본문화에 대해 편견을 가질 필요는 없지만 맹목적으로 열광하고 빠져드는 현상은 불쾌하다. 특히 일본문학 작품에 빠져 한국어로 글을 쓸 때도 그 문투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학생, 일본의 애니메이션 등등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학생을 많이 보아서 그런지 걱정스럽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