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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 내가 쓴 글, 내가 다듬는 법
김정선 지음 / 유유 / 2016년 1월
평점 :
언어가 개인의 것일 수 없겠지만 어쨌든 대부분의 발화와 문장은 개인의 입과 손을 통해 나오니 말이나 문장에는 개인의 목소리가 들어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교정교열을 거치다 보면(정상적인 문장이 되기 위한 기준을 통과하다 보면) 그런 개인의 목소리는 들어있지 않게 되는 것 아닐까...
아주 뛰어난 문필가의 경우라면 비문일지라도 그만의 독특한 문체를 고스란히 살려줄지도 모르고, 그런 문장조차 칭송을 받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개의 보통 작가들은 ‘비문’ 혹은 ‘정상적이지 않은 문장’이라는 이유로 자기 문장에 대한 수정의 과정을 겪어야 한다. 그나마 뛰어난 교정교열작가를 만나면, 자기만의 개성이 사라져 버린 아까운 마음과 더불어 누군가에게 평가를 받은 것 같아 기분은 썩 좋지 않더라도 어쩔 수 없이 수긍할 수밖에 없기라도 할 것이다. 물론 교정교열자와 논쟁이 붙거나 수정된 문장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내가 아주 좋아하는 작가가 있다. 프랑스에 거주하는 그 이의 수필을 나오는 족족 읽는다. 문장이 좋다기보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그리고 취재력이 돋보이는 생동하는 글을 쓴다. 그런데 어떤 여행기를 읽다가 경악했다. 그이의 글 같지 않았다. 지나치게 짧은 문장도 어색했지만 비문이 너무 많았고 쓸데없는 쉼표가 많다. 그렇다면 여태껏 좋은 교정자를 만났다는 것인가? 이 책은 너무 급히 나왔던 걸까? 어쩌면 이번 글은 원래 유난히 비문이 너무 많아 도저히 손을 못 댄 걸까. 혹은 교정자나 데스크가 글이란 게 원래 글쓴이의 개성을 살려야 좋은 글이라는 철학을 지니고 있었는지도...
나는 편집자의 힘을 믿는다. 책을 너댓 권 냈지만 늘 편집자와 이야기를 많이 나눌수록, 편집의 한 단계, 한 단계를 거칠수록 내 글이 더 나아지는 것을 느낀다. 마치 도자기를 빚듯이 공이 들어간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가진다.
아무리 뛰어난 작가라도 자기 글을 검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편집자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서 나온 책은 마치 정성을 다하여 키운 좋은 부모 밑에서 잘 성장한 아이처럼 빛이 난다. 그리고 아무리 교정교열을 거처도 원 저자의 향기는 지워지지 않는다. 물론 그런 경험을 하는, 편집자를 믿는 작가들도 ‘그래도 내가 쓴 원글’에 대한 집착이 없을 수 없다. 왜냐하면, 왜냐하면... ‘글’은 사람이 내놓은 역작, 창조물, 작품 들 중 가장 ‘영혼’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작곡이나 그림은 남의 손에서 교정교열되는 과정이 없건만 책은 왜 그러한가, 잠시 의문이 들긴 하네...
저자인 전문 편집인 김점선 씨의 이 말을 인용하며 위 질문과 아쉬움에 대한 답을 대신하련다.
자기 글에서 이상한 부분을 빠짐없이 짚어낼 만큼 완벽하게 객관적인 눈을 가진 사람은 드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