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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머니 이야기 세트 - 전4권
김은성 지음 / 애니북스 / 201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런 만화도 아이들이 좋아할까 궁금하다. 먹과 붓으로 그린 것 같은 필체에 온통 알아듣기도 힘든 함경도 사투리, 그리고 지긋지긋한 그 6.25 이야기, 명절날 늘어진 테이프처럼 듣고 또 듣는 할머니 이야기 같은... 이 만화가 좋았던 나는 내가 낡은 감수성을 지녀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북 사투리래 봐야 백석의 시 같은 데서나 봤던 나에게도 왠지 모를 향수 같은 걸 불러오는 만화지만 아이들은 글쎄?
교과서도 시류를 탄다. 남북한이 평화의 분위기를 타던 10여 년 전 교과서에는 남북한의 언어 차이를 공부하는 단원이 실렸다. 그리고 시중에는 <평양 프로젝트>라는 만화책이 나와 있었다. 우리는 그 만화책을 가지고 북한에서 많이 쓰는 말들을 공부했다. ‘장마당’이니 ‘꽃제비’니 ‘평양제일중학교’ 같은 말들로 퀴즈도 풀고 그랬다. 그리고 1966년에 있었던 월드컵 축구 영상도 봤다. 30년 내내 하는 말이긴 했지만 “남북이 더 이상 싸우지 않아서 여러분이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5년쯤 후에 군대에 가야 하는 소년들에게 말하곤 했다.
군대 가지 않아도 될 그 날이 오길
“내 큰 아버지가 일제에 징용을 갔다 왔고 아버지는 월남전에 참전했다. 나는 1987년 대학교 3학년 때 6.10항쟁을 온몸으로 겪었다. 여러분이 겪어야 할 역사는 무엇일까? 아마도 좋든 나쁘든 통일의 기운 속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여러분 중 어떤 사람은 북한과 교역을 할지도 모르고 북한 여자와 사귀는 사람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남북관계는 여러분이 가장 활동적으로 살아갈 무렵에 여러분 삶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언어를 탐구하는 것은 참으로 중요할 거다.”
물론 내게 그런 이야기를 듣던 소년들이 30대가 된 지금도 그런 날은 오지 않았다. 소년들은 점점 통일에 관심이 없어진다. 나 역시 통일이 되긴 할까 싶다. 통일까지는 아니어도 전쟁 걱정 없이 살았으면 싶을 뿐이다.
다시 남북은 화해의 분위기를 탄다. 아니다, 아직은 담장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다리를 한 짝 걸치고 있다. 그래도 좋다. 나의 열다섯 살 소년들과 함께 징병제로 갈까, 모병제로 갈까, 군대 문제를 토론해본다. 아직 군대 생각을 하기엔 너무 어린 15세 소년들의 눈빛은 불안하게 흔들린다. 통일 따위 개나 줘버렸으면 싶다는 냉소적인 아이들에게도 어쨌든 징집은 현실이니까.
선생님, 통일이 되긴 할까요? 북한 사람들은 어떤 이들일까요? 누군가 저런 질문을 한다면 이 만화를 건네 보련다. 가장 평범한 이들이 겪은 소소한 역사가 살아 있을 뿐 아니라 낯선 듯 재미있는 이북사투리도 만날 수 있다. 이 만화 속 함경도 사투리를 흉내 내어 큰 소리로 읽어보아도 재미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