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행복이라는 말이 없는 나라
한창훈 지음, 한단하 그림 / 한겨레출판 / 2016년 11월
평점 :
판매중지


 

“00~ 저 수행평가요~.”

교무실 밖에서 아이들이 선생님 이름을 부른다. 이것은 서양식인가. 그게 뭐 어떤가 싶다가도 아직은 아니지 않은가 싶은 건 어느 새 나도 보수적이 되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앞에서는 깍듯하고 뒤에서는 선생들 욕을 하는 것보다는 친근하게 이름을(그래도 뒤에는 을 붙여주기까지!) 부르는 교사-학생 관계가 나쁜 것만은 아닐 터이다.

<행복이라는 말이 없는 나라> 그들이 사는 나라’, 아니 그 곳에는 단 한 줄의 법조문이 있다 한다. ‘어느 누구도 어느 누구보다 높지 않다.’ 그리고 그들은 인사할 때 나는 당신보다 높지 않습니다.’라는 의미로 상대방의 어깨에 손을 얹는단다. 상상해 보면 재미있다. 내가 교장님 어깨에 손을 얹는 모습, 내가 시아버님 어깨에 손을 얹는 모습... 거꾸로 복도에서 만난 나의 학생이 내 어깨에 손을 얹는다면?

 

권력을 꿈꾸지 않는 그런 공동체가 현실에서 가능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사람은 둘만 있어도 서열이 형성되는, 정치적 동물이라고 누가 그랬던가. 살면서 시시때때로 그 권력관계를 느끼며 산다. 꼭 눈에 보이는 우위가 아니더라도 사람의 관계는 더 영향력 있는 사람이 더 많은 권력을 가지게 되어 있다. 심지어 아들러라는 심리학자는 자주 아프다고 징징거리는 아이는 병을 핑계로 엄마와의 권력관계에서 우위를 점하려 하는 것이라고까지 해석하지 않는가. 그래서 현실적으로 나는 저런 진정한 평등의 세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불가능한 세계를 꿈꾸는 것보다 어차피 인간이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보다 나은 정치적 관계, 합리적 권력관계를 만드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하긴 나처럼 출발을 하다 보면 그 끝은 합리적 원칙, 더 복잡한 법치이런 데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도 안다. 그런 걸 보면 이 소설을 쓴 한창훈은 나와 달리 아나키스트(국가와 정부가 없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이 책을 건넨 학생은 재기발랄하고 늘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아이였다. 책이 가지고 있는 밝은 에너지를 공유하고 싶어서였지만 학업에 짓눌린 학생을 만난다면 이 책 속 이야기 중 <그 아이>라는 글을 읽히고 싶다. 사실은 학생들보다 부모님들이 읽어야 할 부분일 것이다.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날개를 활짝 펴는 소년의 이야기이므로. 먼 훗날의 행복이 아니라 지금 행복한 아이로 커야 어른이 되어서도 행복할 수 있다는 이 진리는 우리 부모들은 왜 모르는 건지 참 안타깝다.

상상력이 아름다운 단편들이라 읽기도 쉽고 재미도 있지만 읽고 나서 마음이 행복해지는 소설이다. 제목은 그러니까 행복이라는 말조차 필요 없는그래서 진정으로 행복한 평화와 평등의 나라라는 의미이다. 현실에서 실현은 불가능할지 모르겠으나 그런 나라를 꿈이라도 꾸어야 조금이나마 근접해 나아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지금보다는 더 평등하고 지금보다는 평안하고 욕심 없이 평화로운 그런 나라. 아주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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