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점을 더 주고 싶다.

평양프로젝트 - 얼렁뚱땅 오공식의 만화 북한기행
오영진 지음 / 창비 / 2006년 12월

처음에 책을 보고는 그림체가 별로 맘에 들지 않았던 것 같다. 북한 이야기를 만화로 그린다는 것은 시기적으로 그럴 듯 하긴 하지만 뭐 대단한 책이랴 싶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은 정말 재미있다. 첫째, 북한사람들의 실생활을 관심 갖고 조금은 알고 있다 생각한 나같은 사람도 몰랐던,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와서 일단 흥미롭다. 둘째 북한 사람들 말투가 정말 생생하다. - 수업 교재로 쓸 생각이다 - 셋째 캐릭터가 고정적이지 않다. 어찌 보면 '지도원 동지' 같은 사람들이 매우 보수적이고 북한 구세대의 전형성을 띨 수도 있는데도 전혀 그렇지 않다. 남한 이야기에 흥미를 보이는 태도는 매우 '열렸다.' 그러다가 가끔 '오선생'의 놀림감이 되는 고지식한 면모를 보이기도 하는 게, 정말 이런 사람, 북한 어딘가에 살고 있을 것 같다. 꽉막힌 듯도 하다가, 새로운 것에 호기심도 넘치고, 엄격한 듯하지만 인간적이고 순박한... 여지껏 북한에 관해 알리는 글, 만화, 영상물들은 대개 이쪽 아니면 저쪽이었고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 다시 말하면 미화되었거나 그 반대였다는 것인데 '평양프로젝트'의 인물들은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넷째, 정치성을 배제하였다. 그렇다고 현안들을 피해 가며 '생활'만 다루느냐면 그렇지 않다. 경제적 변화와 가치관의 변화, 그리고 긴장들도 만화 속에 언급한다. 그런데 묘하게 그 긴장들이 다 품어진다. 오히려 때로는, 내가 아는 북한 사람들이라면 남한에서 온 교류작가 오공식의 '자본주의적' 태도에 대해 매우 엄혹하게 비판적으로 다가갈 것 같은데 호기심은 호기심대로 보여주는 '차라리 인간적인'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게 진실일까? 작가는 이미 일년 반 정도 북에 체류한 적이 있다 하니 생생한 만큼 이 책 속 내용은 거의 진실일 것이다. 처음에 나는 정말로 남과 북이 서로 교류작가를 서로 파견하였고 그 때 겪은 일들을 그려낸 것인줄 알았다. 김철수도 리순옥도 정말인줄 알았다.(그러고 보니 두 이름은 북에서 가장 흔한 남, 녀의 이름이구낭)  제일 끝에 가서야 '이런 프로젝트가 있다고 가상하고' 쓴 책임을 알고 조금은 실망하였다. 그걸 읽기 전 많은 참고자료 목록을 보고는 자기가 겪은 일을 쓰는데 뭔 참고자료람, 했던 어리버리도 범했다..

실제가 아니라서 조금은 서운하다. 아마도 겪은 일에 작가의 염원을 입혀 그렸을 것 같다. 그렇게 불행해 보이지도 않고 우리와 그렇게 많이 달라보이지도 않고 가난하거나 아둥바둥하거나 그렇다고 고집스러워 보이는 북한의 이미지와도 많이 다른 ,그저 이 세상 어딘가에서 우리와  꼭 닮아가지구서는 천연덕스러이 살고 있을 것 같은, '오공식 동무'가 보고 온 그 세상이, 사실은 작가의 북한 사람들에 대한 애정과 염원을 담아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들이고 이야기라는 것이 서운하다. 그리하여 이 만화 속 이야기의 일부분은 사실이기는 하되 실상과는 조금 다를 수도 있을(가령 그런 현상들은 사실일지라도 그걸 대하는 북측 사람들의 가치관 문제라든가 이런 면에서) 것이라는 생각에 조금 서운하다.

그래도 난 이 책이 너무너무 마음에 든다. 선물할 책, 수업에 활용할 책, 나만의 목록에 이 책은 높은 자리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