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로주점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83
에밀 졸라 지음, 박명숙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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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예견된 불행을 짚어가며 읽고 있는 느낌이 들어서. 아무래도 책 읽는 순서가 잘못되었나 보다. 목로주점을 먼저 읽고 나서 <제르미날>을 읽을 것을.... 제르미날의 주인공 에티엔은 바로 이 <목로주점>의 주인공인 제르베제의 아들이다. <제르미날>에서 이미 에티엔 가족의 비극을 엿들었지 않았는가. 그러니 지금 읽고 있는 이야기 속 제르베제가 아름답고 배부르고 따뜻하고 행복해 보여도 그것이 곧 무너질 것임을 알고 있는 마음은....

 

그토록 깔끔하고 성실하고 진지하던 제르베제는 왜 불행해져야 했을까

 

지금 우리가 그토록 부러워하는 프랑스의 현실로부터 200년을 거슬러 올라가면 도시에는 빈민이 광산에는 굶주리는 광부들이 살고 있었던 것이다. 노동으로 근근이 사는 사람들 중 우연히 불행을 만나지 않는 사람들은 겨우겨욱 포도주나 커피 정도를 누리고 살았지만 갑작스레 어떤 일이 닥칠지는 아무도 몰랐다. 특히 여자들은 남자를 어떻게 만나느냐에 따라 운명이 폭풍을 맞는다. 그러니 그 모든 것을 극복하기 위해 그들은 얼마나 싸웠단 말인가. 그러니 그들의 민주주의는 그토록 견고한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허술한 복지 시스템을 가졌더라도 스스로 자책할 일은 아니다. 프랑스인들은 왕과 왕비를 단두대에 세운 역사를 몹시도 자랑스러워한다는데 우린 그런 경험도 거의 없지 않은가. 우리가 누리지 못하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을 터이다.

 

200년 전인데, 그런데 거기서 우리의 삶이 엿보인다면 그것은 또 어떤 비참인가. 연금을 받지 않으면 노동으로 근근이 살아야 하는 현실, 누군가 갑자기 아프거나 했을 때 일어나는 가정의 붕괴 혹은 해체, 출산과 노동과 남자의 폭력 앞에 무력한 여자의 운명. 이런 부당한 일들은 지금도 일어난다. 고전의 힘은 그런 것일 터이다.

결과를 알고 보았다고는 해도 제르베제가 한참 잘 나갈 때, 열심히 일하고 돈 벌고 먹고 즐길 때의 장면은 흐믓했다. 그런 아름다운 삶이 무너진 것은 개인의 허영 탓일까 운명 때문일까 제도적 모순 때문일까. 과거도, 지금도 비극은 항상 복합적이다. 좋은 교육으로 삶의 바른 자세를 가르칠 수도 있고 심지어 제도적 모순조차 혁명의 힘을 빌어 고칠 수도 있다 하지만 운명은 어쩔 건가?

 

 에밀 졸라는 사람들의 치열한 삶과 혁명의 정당성을 담기 위해 이 소설을 써나갔겠지만 그 안에 얽히고설킨 사람들의 운명을 담는다. 멋진 소설은 불가한 거대한 우주의 질서, 사회의 벽, 그 앞에 한없이 초라한, 그리고 한없이 위대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왜 그것이 멋진가?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루고 싶은 이상이기도 한 까닭이다. 현실과 이상은 고기와 가죽처럼 떼어내기가 어렵다. 함께 있을 때 더 아름답다. 그래야 살아있다. 문학도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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