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수업 - 법륜 스님이 들려주는 우리 아이 지혜롭게 키우는 법
법륜 지음, 이순형 그림 / 휴(休)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한 아이를 제대로 키우는 것보다 이 세상에 더 경제적인 것은 없다, 라고 법륜스님은 아이 키우기의 중요성을 말한다. 왜 많은 가치 중 하필 경제를 말했을까 싶긴 하지만 말이다. 책은 내내 스님의 명성에 걸맞게 간결하고 적절한 조언으로 가득 차 있다. 두 자녀를 낳아 기르고 사춘기 소년들을 30년 가까이 키워온 나로서는 사춘기 아이들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에 대해 설득력 있게 말해주는 스님이 고맙다. 가령 아이가 자기가 한 10쯤 잘못했다 싶은데, 벌을 100쯤 받았다면 억울하겠지. 그럼 자기가 잘못했다는 마음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억울한 마음만 남는다. 결국 반항심만 생기고 교육 효과는 없다, 자녀와의 갈등, 훈육상황에 대한 스님의 조언은 경험상으로 보아도 매우 지혜롭다. 잘못에 대한 인정과 설득 작업이 훈육 이전에 선행되어야 하는데 무조건 야단부터 치는 부모는 아이를 억압하여 말을 잘 듣게 했다고 착각한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그런 억압이 효과 있어 보일지 모르지만 설득되지 않은 채 행동만 수정된 듯 보이는 아이들은 언젠가 그 앙금을 드러낸다. 반항이든, 무기력이든, 부모에 대한 실망과 환멸이든.

 

학교에서 학폭위가 열릴 때 아이들보다 더 기를 쓰고 싸우는 부모들, 자기 아이는 잘못이 없다고 주장하는 부모들의 태도는 결코 아이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들만 모른다. 자기 자녀가 잘못을 저질러도 편을 들어주는 것이 사랑이라고 착각하지만 사실은 그게 아이를 망치는 길이라는 걸 모른다. 그래서 특히 다음 이야기는 요즘 학부모들께 꼭 들려주고 싶다.

 

친구들과 싸우고 돌아왔을 때 부모는 네가 잘못했다’, ‘친구가 잘못했다하고 판단하면 안 된다. 아이가 맞고 왔으면 흥분하지 말고 아이의 이야기를 차분하게 들어주라. 친구를 나쁜 놈이라고 말하지 말라. 아이 마음에 보복심을 심어주게 된다.

 

스님은 부모가 자식의 자립을 막으면 자식은 반항을 하지만 그렇다고 자립도 못한다. 반항심은 생기는데 막상 어떻게 스스로 서야 할지를 모르기 때문에 부모에 대한 고마움은 없고 원망만 가득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중학생이 되면 간섭하지 말고 놓아두라고 한다. 어렸을 때는 세심한 돌봄이, 사춘기 이후에는 믿음이 양육의 기본이 되어야 함에도 장성할 때까지 들러붙어 있는 것이 사랑인 줄 착각한다.

 

장성한 자녀가 사회성이 떨어지고 대인관계를 두려워 한다면 사춘기 전후 아이가 시행착오를 거듭할 기회를 주지 않았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라 한다. 자식이 강아지처럼 순순하게 말 잘 듣는다고 좋아할 게 아니라, 때가 되면 부모 품에서 벗어나는 것을 기뻐할 줄 알아야 한다고도 한다. 사춘기의 반항은 뒤집어 생각하면 성장에 필요한 성장통일 수도 있다. 그것은 억누르지 않는 것이 교육적이다.

 

하지만 자녀와 많은 대화를 나눈다는 것이 무조건 허용적인 것을 의미하지 않음은 너무나 당연하지만 흔히 부모들은 그 경계를 헷갈려 오류를 범하곤 하는데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초등학생 때는 아이한테 허락을 받는 태도를 취해서는 안 된다. 아이를 상전처럼 모시고 허락을 받으면 나중에 문제가 된다. 자신의 일은 자기가 결정하되 아이와 대화를 나눠서 이해를 구하라.

아이가 문제제기를 하면 무시하지 말고 들어주라. 그리고 차분하게 이야기하라. 아이도 이성적으로는 자기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만 무의식이 안 따라주는 것뿐이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엄마들은 헌신적인 사랑은 있는데 지켜봐주는 사랑과 냉정한 사랑이 없다.’, ‘엄마부터 자식을 어른으로 대우해야 자식이 어른이 되는 거다.’라고 한다.

이렇게 개개인 가정과 부모의 양육에 대해 조언하지만 그저 개인의 영달을 위한 고민 상담에 그치지 않는 것이, 양육은 국가와 사회의 공동 책임임을, 그리하여 개인의 노력 못지않게 제도적 노력을 해야 한다고 설파하는 점이다. 최초 3- 스님은 3살까지의 엄마 돌봄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 유급휴가제가 사회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부처님은 수행 차원에서 (개인에게) 내려놓을 것을 가르치고, 다른 한쪽으로는 살기 좋은 세상, 즉 정토를 건설하라고 하셨다.’ 고 주장한다. 정토는 이 세상의 것이 아니지만 현실에서도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 즉 개인적 수행과 함께 제도적으로 바꿔 나가서 아이들의 보육문제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러한 제도적 개선을 위한 싸움이 외롭지 않도록 아이를 키우는 사람 당사자가 제도 개선을 위해 싸우면 마음속에 분노가 생기고, 분노가 있으면 아이를 잘 키울 수 없다. 그러므로 아이를 키워본 사람이나 앞으로 키울 사람들이 싸워줘야 한다.’라는 주장도 고맙게 들린다. 아기엄마들뿐 아니라 사실은 우리 모두 아이들이 자라는 이 세상에 힘을 보태야 할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 책의 독자인 엄마들에게 남편과의 관계를 통해 자녀문제를 해결하라고 조언할 때는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아이에게 아무리 좋은 것을 해주어도 부모가 화목한 것에는 미치지 못한다.’

 

이 말엔 동의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아이가 공손하기를 원하면 아내가 남편한테 공손하면 된다는 말에는 어리둥절하지 않을 수 없다. 심지어 엄마들은 말을 줄이고 남편이 뭐라고 하면 알겠다고 대답하라. 남편이 벌컥 화를 내고 비이성적으로 폭발한다면, 아내가 두 가지 유형이다. 하나는 잔소리하며 따지든지, 대답을 안 하고 외면하든지...’ 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부부가 갈등을 느끼면 모두 아내 잘못이라는 의미인가? 누구나 갈등상황에서는 남탓을 하기 전에 자신을 성찰하는 자세가 옳을 것이다. 그것은 아내뿐 아니라 남편도 마찬가지이다.

 

뭐든지 엄마탓? 아빠는?

엄마의 존재가 중요하고 비중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엄마가 잘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과 엄마 을 하는 것은 다르다. 이 책에 많은 미덕이 있지만 도저히 동의할 수 없는 대목이 많다. 심지어 나는 상담실에서 학부모용으로 산 이 책을 아무에게도 읽히지 말아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조차 했다. 인터넷에서 이 책에 대한 서평을 찾아 봤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없는지. 호평 일색인 이 책, 많은 엄마들은 읽고 자녀교육의 지표로 삼았을까? 남편에게 소리 지르는 아내는 자녀교육을 망친다는 구시대적 발상에 대해 비판 한 마디 없이 부모교육서로 권위를 인정받는 책이 되어 있다니.

부부가 갈등을 느끼면 아이들이 힘들어하고 비뚤어질 수 있다. 그러므로 자녀를 위해서라도 부부의 갈등은 지혜롭게 극복해야 한다. 부부갈등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원인을 성찰해야 할 사람 중에 아빠의 몫에 대해서 누군가가 이야기해 줄 때가 되지 않았을까? 당신이 돈 벌어온다고 자녀교육은 아내 몫으로만 돌리고 아이에게는 무관심하지 않았느냐고, 아이와 대화를 나누려 노력하기보다 하지 말아야 할 때는 허용을, 정작 훈육이 필요할 때는 방관을 하진 않았느냐고, 아내가 양육 문제를 의논하려고 다가오거나 자녀가 심리적 어려움을 하소연하려 문을 두드리면 귀찮다고 등 돌리지는 않았느냐고, 양육과 가사에 힘겨웠던 아내가 몸이 아프다고 피곤하다고, 혼자 힘들다고 짜증이라도 낼라치면 소리를 지르면서 윽박지르지는 않았느냐고, 힘든 가사노동을 당연히 아내의 몫으로만 치부하지는 않았느냐고, 심지어 맞벌이를 하는 아내에게도 돈벌이도, 가사도 양육도 모두 당연히 해내며 다정하고 지혜롭기까지 요구하지는 않았느냐고, 왜 우리 집사람은 누구처럼 음식도 맛있게 하고 아이들도 잘 키우고 남편에게도 상냥한 그런 사람은 아닌 거냐고 따지는 건 너무 욕심이 많은 거라고, 그러니까 이제부터 아이들을 잘 키우려면 남편인 당신이 잘해야 한다고, 아내의 짐을 덜어줘야 한다고, 아이들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밥을 해먹이고 공부를 돌봐주고 같이 서점에 가고 운동장에 나가야 한다고, 아빠들에게 누가 그렇게 좀 말해주란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