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정반대의 행복 - 너를 만나 시작된 어쿠스틱 라이프
난다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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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다의 어쿠스틱 라이프를 너무너무(너무는 부정적 부사라고 하지만 매우, 정말, 진짜, 그 무엇보다도 이 부사가 가장 적절할 때가 있다) 좋아한다. 만화를 보는 내내 꽉 차게 행복했다. 아껴 읽었다.

 

그래서 난다의 다른 작품을 찾아 헤매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내가 이 책을 읽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미 아이들이 다 커버려 내게 실용적으로 아무 의미가 없는 육아일기지만 이 역시 재미있게 읽었다. 기억에 남는 장면 중에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유모차 생활을 하며 자연스럽게 장애인을 생각하게 되었다. 어째서 그렇게 목숨 걸고 고속버스에 탑승할 수 있게 해달라고 싸우고 소리 높이는지. 나의 이동이 제한되기 시작하면서 간신히 이해하게 된 내 좁은 시야가 창피했다.

 

아이를 키우며 아이의 그럴 수밖에 없는특성을 알게 된 뒤에야 다른 약한 존재에게도 관대해졌다.

 

그렇다, 엄마가 된다는 일이 공로를 인정받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은 두 사람을 잘 키워내는 일이기도 하다. 아이, 그리고 나 자신. 아기를 키우면서 인간으로 내가 성숙해가는 경험을 한다. 수많은 인내해야 할 일들을 겪으면서, 한없이 약한 존재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나 자신을 희생해 가면서까지라도 누군가의 인생을 책임지면서 말이다. 나는 그 경험이 참으로 귀하게 여겨졌다.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되지 않았더라면 나는 지금보다 더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사람으로 살았을지도 모른다. 다른 연약한 존재들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하고 보듬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내가 누군가의 엄마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럼 엄마가 되지 않은 사람은 그런 공감을 못하느냐고? 물론 아이를 간절히 원하고도 갖지 못한 사람에게 엄마를 경험하는 일의 의미 깊고 신비로움을 논하는 것은 잔인한 일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일반적인 경우, 엄마를 선택하고 스스로 기꺼이 그 어려움을 감당한 사람이 그 정도의 보람을 얻는 것이 그리 불공평한 일은 아니지 않을까?

 

난다도 역시 아기를 통해 그런 시선의 확장을 경험한 것이다. 약자에 대한 공감, 장애인에 대한 공감, 어린 아이들의 말을 인내하고 들어줄 수 있는 어른스러움을 갖게 된다. 나는 그 대목이 가장 좋았다. 육아를 통한 엄마의 성숙, 육아의 고단함을 상쇄하고도 남을 귀한 성장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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