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은 다락방 페이퍼에서 시작했다. 예쁜 다락방은 금요일이라고(금요일이라고 책을 선물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다락방 밖에 없을 것이다. 딸랑딸랑) 책을 방출했는데 마침 ‘위대한 영화’가 눈에 띄었다. 영화보기만큼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해서 어떤 책인가하고 검색을 해봤다. 마침 바람결님 페이퍼가 보였고 위대한 영화를 읽기 전 ‘영화의 이해’를 읽으면 좋다는 내용을 발견했다. 영화에 대해서 이렇게 읽으면 영화를 좀 더 제대로 알 수 있는건가, 영화평도 잘 쓸 수 있는건가? 갑자기 맥락 없는 의욕이 솟아올랐다. 미친 검색질로 도서관에 책이 있는지 확인해봤는데 다행히 있다. 영화의 이해, 위대한 영화를 일단 빌리고 그 옆에 있는 연세대미디어아트연구소에서 풀어쓴 ‘복수는 나의 것’까지 빌리는 기염을 토했다.

 굳이 여기에 불꽃처럼 대단한 기세, 기염이라고까지 쓴 이유는  읽으려고 빌려놓은 책도 장난 아니게 많기 때문이다.  

 읽느라 끙끙대면서도 이렇게 한자리에 모아놓고보니 왠지 뿌듯하다.





  

  

  
아무튼, 전부터 영화가 궁금했다. 시나리오상의 완결된 이야기 구조 말고 영화만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이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예컨대 인셉션을 보고서 내가 줄거리가 좀 단순해서 별로였다고 한다면, S는 이 부분 정말 멋있지 않냐, 난 그 영화 스타일과 테크닉이 정말 좋았다란 말을 할 때 꿀 먹은 벙어리처럼 얼음만 아그작 아그작 씹어먹는 짓은 그만하고 싶었다. 그렇다. 이야기의 완성도를 따질거면 소설이나 시나리오를 찾아서 읽을 것이지 굳이 영화를 볼 필요가 없지 않은가.
 내가 좋아하는 평론가 김영진은 ‘허삼관 매혈기’에서 시네필, 트뤼포 얘기를 하면서 ‘그는 그 당시 영화로 보여줄 수 있는 스타일을 모두 다 발휘해 영화를 만들었다’고 했는데 나도 그 스타일을 좀 알고 싶은 의욕에 어딘가 파르르 떨렸다.  

-평론가 매혈기를 본 a님은 유머가 아니라 정말 쌩라이브로 이런 말을 했다. '평론가 이름이 매혈기야?' a의 백치미 허벌 사랑해욥-
 
    
  ‘영화의 이해’ 첫 장. '영화는 사실주의, 형식주의, 고전주의로 나뉜다'로 시작한다. 내게 어떤 직감이나 괜찮은 것을 알아보는 감식안이 부족하다면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한다. 그렇다면 영화의 이해는 그 발판이 되지 않을까. 아, 갑자기 혜성처럼 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의혹의 의욕. 문제는 이런 게 한두번이 아니란 사실.

  
  얼마 전엔 감은빛님 페이퍼를 보고 어, 이런 책도 있나 싶어 부리나케 책을 빌리러 도서관에 갔다. 그래, 내 안에는 영양소랑 근육 이름을 줄줄 외워서 쓸만한 뇌란걸 보여주고 싶은 허영심이 있었지. 스트레칭 아나토미를 보니 더 많은 근육이랑 뼈 이름도 알고 싶어졌다. 의학 코너를 돌며 두꺼운 생리학 책을 펴들고 근육 이름을 찬찬히 훑어보는데 너무 재미있는거다. 그래, 이 근육은 이렇게 움직이고 뼈는 이렇고 저렇고. 나는 이런걸 알고 싶었던거야. 이랬는데 책이 너무 무거운거다. 이를 어쩐다. 우선 스트레칭 아나토미로 워밍업을 한 다음 자신이 붙었을 때 이 책의 무게를 감당해보자고.
 

 결론은 스트레칭 아나토미의 근육 세밀화가 참 괜찮았는데도 몇 가지 아쉬운 점 ‘같은 말 반복’과 내가 배워왔던 스트레칭과 별반 다를게 없다는 것이 맘에 걸렸다. 물론 스트레칭 동작은 안다며 건성으로 넘기고 내용도 반복된다며 설렁설렁 봐버려 팔뚝에 촘촘하게 빗살지어진 근육 이름 하나 제대로 외우지 못했다. 역시 이놈의 몹쓸 의욕.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속적으로 의욕을 부려볼 참이다. 하나 걸리기만 해봐라란 몹쓸 장담과 더불어. 이런 의욕쯤 있어야 음식을 영양소와 칼로리로 나눠서 음식을 먹을 때 느낄 수 없었던 음식과 연관된 분위기와 기운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을 만나지 않겠는가. 책이 살짝 두서없는 느낌도 들지만 영양주의의 문제점과 (완전 공감) 무엇을 먹어야할까란 마이클 폴란의 제시는 두말할 나위없이 훌륭하다. 과식하지 말고 채식 위주로 규칙적으로 먹자는 얘기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왜 그래야하는지를 이렇게 제대로 설명해주는 책은 만나기 힘들다.
  이런 것. 항산화제와 비타민을 잘 챙겨먹으면 된다는 얘기에 반신반의했는데 막연한 뭔가를 정돈된 언어로 얘기하는 책을 만날 수 있는 것. 몹쓸 의욕은 이렇게 작동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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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1-08-24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에 제가 언급되다니! 영광입니다! ^^
저 책은 보는 것만으로는 아무런 가치가 없습니다.
실제로 동작을 따라해보면서 해당 근육에 자극이 가는지 느껴봐야 해요.
대부분의 동작들을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책을 보면서 따라해보니,
예전에 알고 있던 동작이랑 다른 경우도 있더라구요.

저도 몹쓸 의욕이 좀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요즘 좀 의욕이 없네요.

Arch 2011-08-24 15:15   좋아요 0 | URL
제가 가치 없는 짓을 좀 잘해요. 잘 안 느껴지더라구요. 감은빛님 말대로 몸 만들려면 좀 해야는데 의욕만 앞서니 잘 되지 않더라구요.

계절이 바뀔 때라 그런가봐요. 책읽는 것도 잘 읽히다가 말다가 하니까 곧 의욕이 생기겠죠. 힘내요!

다락방 2011-08-24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저도 마이클 폴란의 [잡식동물의 딜레마]를 준비해두고 있어요. 내가 뭘 먹든 혹은 뭘 먹지않든 뭔가 제대로 알아볼까 하는 마음이 있었거든요. 물론 가지고만 있지 아직 읽고있지는 않아요. 읽고 싶은 의욕은 충만한데 말입니다.

평론가 이름이 매혈기야, 에서 완전 빵터짐. 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저 얼마전에 남동생과 산책하다가 나에겐 왜 백치미가 없을까, 나도 백치미 있고 싶어, 라고 했더니 남동생이 저한테 그랬어요. 누나는 동치미만도 못해..하하하하하하하하하. 썰렁한가 ㅠㅠ

Arch 2011-08-24 15:17   좋아요 0 | URL
첫장을 펴고 그냥 쭉 읽어버려요. 이야기가 있는 것처럼. 다락방은 똑똑한 여자 사람이니까 금세 다 읽을거예요.

유머는 분위기잖아요. 다락방이랑 동생과의 관계, 그때의 상황에 따라 깔깔깔 웃게 되는 것. 전 아직도 흥부전이 생각나요.

다락방 2011-08-24 15:27   좋아요 0 | URL
흥부전은 바보죠. ㅎㅎㅎㅎㅎ

nada 2011-08-24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몹쓸 의욕, 완전 공감해요.
일단 도서관에서 자르륵 책부터 빌려다놓고 시작하는 건, 어쩜 그렇게 저랑 똑같은지!
(요즘 저는 위키리크스에 빠져가지고 몹쓸 의욕을 불태우고 있어요;;;)

[행복한 밥상]은 안 읽었는데, [잡식 동물의 딜레마] 읽어보셨어요?
완전 좋아하는 책이에요!
육식이 문제가 많다는 건 아는데 도저히 육식의 즐거움을 포기할 순 없다고 말하는 저자가 인간적으로 마음에 들었고,
그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존경스러웠어요.
현대사회에서 섭식의 딜레마를 해결하려면 스스로 농사를 짓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채집과 사냥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 것도 색달랐고요.

a님, 대박!!!!!!ㅋㅋㅋㅋ


Arch 2011-08-24 15:20   좋아요 0 | URL
정말요? 나만 그러는줄 알았는데. 물론 꽃양배추님은 정말 '잘' 읽으시겠지만, 저는 형편없어요.

'잡식 동물의 딜레마'도 곧 읽어보려구요. 꽃양배추님이 완전 좋대니 갑자기 또 의욕이 막 솟아나서 '그래, 행복한 밥상을 얼른 읽고 빌려봐야지.' 막 이래요. 채집과 사냥이라. 와~ 저도 처음 접해보는 대안이에요. 2차 의욕이 다시금 화르르~

a가 좀 귀여운 구석이 있어요.

pjy 2011-08-24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반짝반짝 백치미이군요ㅋ 저도 가끔? 친구도 가끔^^; 웃으면서 괜찮은데, 같이 일하는 사람이 업무적으로다가 실제로 저런 백치미를 뿜어요 ㅠ.ㅠ

Arch 2011-08-24 15:21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말실수와는 다른, 뭔가 좀 깨는 구석이 있잖아요.

비로그인 2011-08-26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바람결님이 페이퍼에 올려둔 책. 아치님께 좀 뭔가 도움이 될만한 구석을 발견하셨을까요? ㅎ

저는 이런 책을 볼 때마다 영화를 볼 때 스크린에서 한발짝 물러나게 되더라고요. 확실히 텍스트를 대할때와는 조금 다르게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히히. 아치님 오랜만이어요~ 순하디 순한 개님도 저를 반겨주네요 ㅋ

Arch 2011-08-27 08:58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읽으면 참 좋을 것 같은데 지지부진이에요. 그런 느낌을 배우고 느끼고 싶어서 읽으려고 했는데 잘 될지 모르겠어요.

네, 바람결님 오랜만이에요. 개님?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