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이 좋아하는 치즈 돈까스를 먹은 후에 근처 공원에 가서 같이 자전거를 탔다. 민은 뒷자리에서 내 옷을 잡거나 가끔 내 몸을 꼭 껴안아주었다. 뒤쪽에서 종알대는 참새가 탄 것 같았다. 

- 지민아, 달 떴다. 
- 우와!
- 지민아 달은 누가 만든거야?
- 하나님이야?
- 그런가? 하나님은 뭘로 달을 만들었을까.
- 돌멩이.
- 그래? 그럴 수도 있겠네. 그런데 돌멩이가 빛난다 그렇지? 
- 해가 조금 줬거든.
- 해가 빛을 달님한테 나눠줬나보네.
- 어 그런데 해님이랑 달님이랑 가까이 있어.
- 둘이 친한가보지. 그런데 해님은 안 보이네.
- 자러 들어갔거든.(아)
- 그런데 민! 우리 지민인 뭘로 만들었을까.
- (한참 생각하더니) 뼈(라고 말했다. 그러더니 내 몸을 꽉 잡아주었다. 그러니까 이모도 뼈로 만들어졌다는 얘기)
- 뼈 하나로 우리 지민이를 다 만들 수 있나?
- 연결을 해야지.
- 연결은 어떻게 해?
- 그러니까 총으로 쏴서 팡팡 터트린 다음에 스티커로 붙이는거야. (대체 왜, 접착면을 울퉁불퉁하게라도 해야한단 말인가?)
- 아, 그렇구나. 그런데 이모도 그렇게 만들어진거야?
- 응,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누나 다 그래.

 민과 인라인 스케이트장을 몇번 돌다가 자꾸 집에 가자고 보채길래 집으로 돌아오면서 내가 말했다.

- 민이랑 데이트 더 하고 싶었는데 민이가 자꾸 가자고 하니까 아쉬웠어.
- 어, 그럼 해. 그거.
- 그거 뭐?
- 아, 그거(여기서 억양이 높아졌다.) 이모가 방금 말한거!!(내가 말귀도 못알아듣는 사람 같았다. 어찌나 야단인지. 흑)
- 데이트? 
- 응, 베이트.  
- 민이가 집에 가자고 했잖아.
- 그게 뭔데.
- 뭐?
- 베이트.
- 그냥 같이 얘기하고 밥 먹고 차 마시는거지. 같이 있고 싶고, 조금 만지고 싶고, 자꾸 몸을 부딪히고 싶은거지.

민, 데이트가 뭔지 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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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9-08-04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이에게 벌써 데이트를 가르치려고 하다니! 이모는 너무 독점욕이 강해! =3=3=3

Arch 2009-08-04 00:20   좋아요 0 | URL
그런거 아니에요. ^^ 독점욕은 맞지만 본 페이퍼의 취지는 '민이가 스티커를 붙여서 사람을 만든다'에 있다구요~ =3=3=3 어디로 가신거에요. 조선인님~

hnine 2009-08-04 0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Arch님 동화를 쓰시라니까요 동화를.
옥찌, 민과 Arch님과의 대화 내용을 읽고 있노라면 동화가 따로 없다고 매번 생각한단말예요.

Arch 2009-08-04 14:38   좋아요 0 | URL
hnine님이 쓰시면 되죠~ 히. 더 잘 쓰셨잖아요~

다락방 2009-08-04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 ㅑ ~

달 사진, 기막히게 좋으네요!

하하. 데이트가 그런 뜻이었어요? 조금 만지고 싶고 자꾸 부딪치고 싶은, 그런? 하하
좋으네요.
:)

Arch 2009-08-04 14:37   좋아요 0 | URL
그렇죠? 데이트가 좀 좋아요. 다락방님과도 언제 데이트해요~
그런데 달 사진은 옥찌들 말대로 좀 추접시럽지 않아요? ㅋㅋ

무해한모리군 2009-08-04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자근자근 길게 대화하는 이모와 조카라니 ^^
세상에 아치님처럼 예쁘고 정확하게 데이트를 설명할 사람은 없을꺼야.

민이 휘모리 이모 다치면 민이가 와서 스티커로 붙여주면 안될까?

Arch 2009-08-04 14:38   좋아요 0 | URL
하하. 휘모리님 그 전에 민에게 점수를 좀 따셔야죠~ 민이가 아니어도 내가 스티커 붙여줄게!

무해한모리군 2009-08-04 20:06   좋아요 0 | URL
아하 한번 놀러가야겠구만.. ㅎㅎㅎ

Arch 2009-08-05 10:47   좋아요 0 | URL
뭐 말리진 않겠습니다.^^

전호인 2009-08-04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밤의 멋진 데이트로군요.
^*^

Arch 2009-08-04 14:39   좋아요 0 | URL
히~ 감사합니다.^^

웽스북스 2009-08-05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가 조금 줬거든. 아. 예뻐.
지민이는 정말. 제 사랑을 듬뿍 줘도 아깝지 않아요. 아아아아. 총으로 쏴서 스티커로 붙여서 만든 우리 지민이.

Arch 2009-08-05 23:09   좋아요 0 | URL
히~ 듬뿍 좀 주세요. 민은 늘 사랑이 고픈 아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