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동 한 그릇
구리 료헤이 지음, 최영혁 옮김 / 청조사 / 2010년 5월
구판절판


이 책은 가난한 시대를 살았던 어른과 가난을 모르고 자라는 어린이를 위한 이야기라고 하네요. 그래서 이 책이 어른과 아이를 위한 동화라고 불리나 봅니다. 몸소 가난한 시대를 겪으며 살아온 어른들에게는 어려웠지만 이웃과 나누며 살았던 그 시절을 추억할 수 있게 해주고, 그 시대를 모르고 자라는 아이들에게는 치열한 경쟁의 시간으로부터 잠시 벗어나 나눔과 베풂이 있는 세계를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아요.
<우동 한그릇>의 이야기를 처음 들은 것이 언제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이 책에 나오는 우동 집 주인과 같은 분이 있다면 세상은 정말 아름다운 것이겠구나, 하고 생각했던 것은 기억이 나네요.

세 명이서 음식점에 들어가 일인분만 주문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한번 상상해 봅니다. 성질이 고약한 종업원을 만난다면 그 음식점에서 좋지 않은 소리를 한바탕 듣고 쫓겨날 것이고, 운이 좋아 친절한 종업원을 만난다면 웃으면서 안 된다고 하는 말을 듣겠지요. "죄송하지만 손님, 세분이서 일인분을 주문하시는 것은 곤란합니다." 선뜻 일인분의 주문을 받아주는 주인을 기대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여기 가게 문을 닫을 시간에 찾아온 것도 모자라 셋이서 일인분을 주문하는 손님을 상냥하게 맞아준 주인아주머니가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어 두 아이에게 우동 일인분밖에 시켜주지 못하는 한 어머니를, 주인아주머니는 따뜻하게 받아주었습니다. 우동 일인분에 반 덩어리를 더 넣어 삶아 그들을 대접한 것입니다.

그 가족은 해마다 섣달 그믐날에 우동 집을 찾아왔습니다. 주인아주머니는 그 가족들이 처음 찾아온 날 앉았던 2번 테이블로 그들을 안내했고 언제부터인가는 그 가족들이 찾아올 날에는 2번 테이블을 예약 석으로 남겨놓았습니다. 잊지 않고 그 가족들을 기다린 것이죠.

시간이 흘러 일인분의 우동을 맛있게 먹던 아이가 어른이 되어 우동 집을 찾아왔습니다. 그리곤 우동 한 그릇이 정말 큰 힘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12월 31일 밤 가족과 함께 먹은 한 그릇의 우동이 그렇게 맛있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셋이서 일인분만 시켜 먹었는데도 고맙다고,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말해주는 주인아주머니가 정말 감사했다고 합니다.
가난했지만 가족과 함께 따뜻한 우동 한 그릇을 먹을 수 있었기에, 우동 한 그릇만 시키는데도 반갑게 맞아주는 주인아주머니가 있었기에 그 시절을 이겨낼 수 있었나봅니다. 우동 가격이 올랐음에도 예전 가격으로 메뉴표를 바꾸어 놓고 그들을 기다려준 우동 집 북해정은 세 모자가 살아가는데 큰 버팀목이 되어 주었을 것입니다. 우동 한 그릇에 담긴 사랑의 힘이 잔잔한 감동을 전해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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