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어느덧 성큼 우리에게 다가왔고, 이제 장맛비가 곧 우리를 덮칠 준비를 하고 있다. 눈감고 귀 닫아 버리고 싶을 만한 일들이, 국민들의 짜증지수까지 몽땅 올려주고 있는 시점이다. 그렇다고 마냥 앉아서 불쾌지수 세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애꿎은 지인들에게 짜증을 들이 부을 수도 없는 일이다. 접시는 깨라고 있고, 스트레스는 풀라고 있는 법! 장마전선이 우리에게 다가와도, 우리들의 행복전선은 너무 멀리가지 않게 잡아두어야겠다. 그런데 어떻게 행복전선을 잡을 것인가.
윤흥길의 소설「장마」의 마지막 구절처럼 장마는 정말 지루할 지도 모른다. 이 지루할 장마를 나는 그동안 읽고 싶었던 전집 혹은 읽었던 전집을 다시 읽으면서 덜 지루하게 보낼 예정이다. 내 맘대로 장마기간 동안 읽고 싶은 전집들을 적어본다.
1. 삼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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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집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삼국지일 것 같다. 어릴 적 만화 삼국지로부터 시작해서(초등학교 저학년 때 읽었던 만화 삼국지에서는 유비, 관우, 장비가 모여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유비가 이겨서 형님이 되었다고 나온다. 지금 생각하면 살짝 웃음이 난다.) 10권짜리 전집을 읽기까지 나는 몇 권의 삼국지를 읽었던가. 그 횟수는 셀 수 없지만 읽을 때마다 설레고 두근거렸던 내 가슴은 기억이 난다. 내가 이 책을 초등학교 때 읽었을 때와 좀 커서 읽었을 때의 가장 달라진 점은 아마도 좋아하는 주인공이 바뀌었다는 것일 것이다. 어릴 적엔 대장 유비가 너무 멋있고 보였고, 관우의 긴 수염을 상상해 보고는 내 남자친구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다. 좀 커서는 조자룡이 그렇게 멋있어 보일 수가 없다. 조자룡이 나오는 대목에서는 뛰는 심장을 주체할 수가 없을 정도다. 오랜만에 조자룡을 다시 만나러 가야겠다.
2. 태백산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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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맥. 언제나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며 벼르고 있었던 책이다. 그러나 그 맘과는 다르게 10권이나 되는 책을 읽어 내려갈 엄두가 쉬이 생기지 않았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산맥이라는 태백산맥, 제목부터 무시무시한, 그러나 80년대 분단문학의 대표작 중의 대표작이라 평을 받고 있는 이 작품을 더 이상 모른 체할 수가 없다. 나보다 2살 어린 사촌동생이 1학기에 수강한 과목의(과목은 정확히 기억이 나질 않는다.) 어떤 교수님께서 태백산맥을 읽고 리포트를 써오라는 과제를 내주셨다고 한다. 몇 주 동안을 쩔쩔 매던 동생은 “언니~ 언니도 태백산맥 읽어봐, 뿌듯^^” 이라는 문자를 보내왔다. 그렇게 이 책을 읽으라고 권해주시던 우리 과 교수님들의 간곡한 부탁(?)에도 읽지 않았던 책인데(우리 국문과 학생들이 읽지 않는다면 이 책을 누가 읽겠냐고 하시며...), 사촌동생의 앙큼한 문자에 자극받아 얼마 전에 구매하였다. 국문과의 명예를 걸고 기필코 이번 장마기간에 읽어내겠다. 비장! ㅋ
3. 셜록홈즈 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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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유난히 책을 좋아하던 동생은 특히 아서 코난 도일의 추리소설을 좋아하였다. 동생 덕에 처음 셜록 홈스를 읽게 된 것이다. 처음 나는 아서 코난 도일이 작가인지 소설의 주인공인지, 반대로 셜록 홈스가 작가인지 주인공인지 매우 헷갈렸다.(사실 지금도 조금?ㅋㅋ) 작가와 주인공의 실제 성격도 매우 흡사하다고 하는데 그 이유 때문이었는지 알 수 없으나, 아서 코난 도일이든 셜록 홈스든 그것이 나를 끌어들이는 매력적인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은 확신한다. 명탐정의 대명사 홈스이야기를 곧 긴 휴가를 나올 동생과 함께 읽고 싶다.(동생곰~친구들이랑 술 마셔야 한다고 이 누나와 홈스를 뿌리치지 않기를 바란다.)
뭐, 장마라고 그렇게 우울하게 보낼 것 같진 않다. 조자룡과 큰 산맥, 홈스까지 나와 함께 할 테니 말이다. 더군다나 독서삼여(讀書三餘) 중 하나가 비가 올 때라고 하지 않는가.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비와 함께 내가 사랑하는 주인공들을 만나러 갈 테다.
내가 이 전집들을 다 읽었을 때쯤엔 장마전선은 물러가고, 여전히 행복전선은 내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