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천면 동쪽 끝 바닷가에 자리 잡은 북촌리는 일제강점기 때부터 자존심이 강한 마을이었다. 해방 후에는 항일독립운동가 출신들이 주도한 건국준비위원회와 중심으로 주민들이 똘똘 뭉쳐 있었다. 경찰은 1947년 3.1사건 직후의 대검속 기간에 조천 민청의장단의 일원이었던 북촌 출신 김완배를 체포한 바 있었다. 경찰은 김의 몸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북촌 청년 33명의 명단이 적혀 있는 메모지를 압수했다. 그때 압수된 명단 쪽지 때문에 북촌 청년들은 결국 경찰에 쫓기는 몸이 되고 말았다 그 뒤로부터 경찰이 자주 마을에 나타나 수배청년들의 소재를 밝히라고 가족이나 친지들을 닦달하는 바람에 죄가 있든 없든 경찰이 나타나면 마을 주민들은 몸을 숨기기에 바빴다.

 

미군정은 1947년 5월 17일부터 미소 공동위원회가 속개되자 이 기간에는 정치적 집회를 일절 금지하는 행정명령 제3호를 발포했다가 비난이 일자 이를 해제했다. 이를 전후해서 제주도에서 마을마다 삐라 부착과 무허가 집회가 성행했다.

 

1947년 8월 13일 오전 11시께, 경찰은 순찰 도중 북촌리에서 삐라를 붙이던 사람들이 달아나자 뒤쫓으면서 총격을 가했다. 이 발포로 10대소녀 장윤수를 비롯해 여자 2명과 남자 1명 등 주민 3이 총상을 입었다. 이에 흥분한 한 소녀가 사이렌을 울려 마을 주민들을 집결시키고, 경찰과 대항할 것을 결의했다. 때마침 마을을 벗어나지 못한 김병댁 순경 등 경찰관 2명이 붙잡혀 집단폭행을 당했다. 북촌 주민들은 이에 직성이 풀리지 않았던지 마을에서 3키로 가량 떨어진 함덕지서에 찾아가 항의시위를 벌였다. 함덕지서에서는 지서 지붕에 기관총을 장착, 공포를 쏘면서 시위 군중들을 해산시켰다. 북촌리 사건이다. 이 사건 이후로 북촌 마을은 경찰의 집중적인 수색을 받았다. 특히 1948년 6월 16일에는 북촌 포구에 피항한 배를 조사하던 중 함께 탔던 경찰관 2명을 살해했다. 이 같은 사건이 벌어지면서 청년들은 수배를 받아 일찍부터 피신생활에 들어갔다. 입산시기도 다른 마을보다 빨랐다. 1948년 12월 16일에는 이들 입산 청년들이 체포되어 9연대에 의해 처음으로 집단학살 당한다.

1949년 1월 17일에는 해안마을인 조천면 북촌리에서 가장 비극적인 세칭 '북촌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의 발단은 이날 아침 세화 주둔 2연대 3대대 중대일부 병력이 대대본부가 있던 함덕으로 가던 도중에 북촌마을 어귀 고갯길에서 게릴라의 기습을 받아 군인 2명이 숨지면서 시작되었다. 이날 오전 11시께 2개 소대쯤 되는 무장군인이 '공비들과 내통했'는 이유를 들이대며 북촌마을을 포위, 300여 동의 가옥을 모두 불태우고, 주민 1천여 명을 국민학교 운동장에 집결시킨 후 차례로 인근 밭에 끌고 가 총살했다. 이 양민사살극은 뒤늦게 현장에 도착한 상급지휘관의 중지명령으로 일단 끝났지만, 그 다음 날 함덕으로 소개된 주민 일부가 다시 처형됐다. 결국 이틀 새 북촌 주민 400명 가량이 억울하게 죽었다.

 

-----------------------------------------

나는 강화를 떠나 비무장지대를 걸어 부산까지 내려간 다음 일본으로 건너가 오키나와까지 두 달간을 걸으며 사색하고 또 사색했다. 이 유엔사해체를 위한 걷기명상은 나에게 한국과 일본, 제주와 오키나와를 세계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주었다.

이 여행의 끝은 공교롭게도 감옥이었다. 유엔사해체가 북한의 주장이므로 북한을 이롭게 했다는 것이 제일 비중 있는 혐의 중 하나였다. 보석으로 풀려난 뒤 최후진술을 쓰며 나는 나를 옭아 맨 국가보안법에 대해 또다시 여의도에서 고성까지 삼보일배 명상을 했다. 그러다가 빨갱이 사냥의 뿌리가 제주 4·3부터 시작됐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나는무엇인가를 찾아 자꾸 제주도를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 기행문은 세계체계를 쫓아 제주와 오키나와를 횡단하였다. 한 지역의 수직적 시간배치가 아니라 수평적 횡단을 통해 두 지역이 어떻게 세계체계를 만들어갔는지 그 과정을 쫓아 여행한다

이시우

 

도서관에 왔기 때문에 볼 수 있는 책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두 섬들에 대한 아픈 역사를 담은 책. 중간 중간 펴서 읽다가 넘 숙연해졌다. 이런 작업을 하는 분들 존경한다. 그제 제주로 나오면서 길을 잘못 들어 북촌리를 거쳐 왔는데, 눈에 보이는 제주가 다가 아닌 제주. 제주에 오면 반나절은 도서관에서 이런 책들을 읽으며 보내는 것도 진정 제주를 좋아하는 방법 중의 하나일 것 같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6-05-09 1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09 13: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늘은 집으로 가려고 뱅기표를 검색했더니 표가 없을 뿐더러 한 두 장 있는 것도 무지 비쌌다. 할 수 없이 며칠 더 환자 행세 여행자 모드로 지내기로 했다. 맘 같아선 계속 누워 있고 싶은데, 오늘 급히 거처를 구한 곳은 6인실 게스트하우스. 청소해야 해서 나가 주어야 했다. 근처에 서점에나 가봐야 겠다하고 검색을 하다 이 곳에 왔다. 제주시 한라도서관. 무려 한 시간에 한 대 있는 5번 버스를 놓치고 택시를 타고 왔다. 기본 요금.. 오는 길에 개민들레가 길가에 완전 폭탄 처럼 피어 있어 좋아 죽는 줄. 아저씨 여기 좀 세워 주세요. 할 뻔 했다.

 

아 한라도서관은 견 멋있다. 아트센트와 이웃해 있는데, 바로 옆에 송림 우거진 사이에 운동기구들도 좍 놓여 있고, 조용하기가 이루 말 할 데가 없다. 한 눈에 봐도 뭔가 잘 돌아가는 공공기관 느낌이 팍팍 난다. 일반열람실이 지하 1층이라 의외다 싶었는데, 내려와 보니 밖이 보이는 지하1층이다. 완전 쾌적..신간 코너에 책도 견 많다. ㅠㅠ

 

아침에 야나님 페이퍼에 필 받아서 <책을 읽을 자유>나 읽을까 하고 찾았더니 대출중이다.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오늘 바람이 많이 분다)도 한 줄 인용할까 싶어 찾았더니 대출중이다.. 오..나름(읭?) 인기남들 ㅎㅎ. 고백하고 싶다. 마구..ㅍㅎㅎㅎ  <그래도 책읽기는 계속 된다>를 뽑아 들고 오다가 신간 코너에 꽂혀 있는 책들 중에서 눈에 띄는 책들을 뽑아 왔다. 읽고 재밌었거나 읽어 봐야 겠다고 생각한 책들이다.

 

<그래도 책읽기는 계속 된다>는 로쟈의 책읽기 2010~2012의 부제가 붙었다.

 

문제는 문해력이 곧 '독서력'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책을 읽는 능력은 글자를 읽거나 글을 읽는 능력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능력이다. 그리고 이 독서력은 자연스레 체득되는 것은 아니다. 일주일에 한두 권씩 2년 정도의 단기간에 꾸준히 읽으면 된다. 그렇게 '1만 페이지 독서'나 '150권 독서'를 통해서 독서력이 길러진다. 어지간한 책을 읽고 소화 할 수 있는 힘이 독서력이다. 만약 어지간한 책을 읽어내는 게 힘겹다면 독서력이 아직 부족한 단계라고 말할 수 있다..... 글을 읽는 단계에서 책을 읽는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단련된 뇌 근육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렇게 단련된 뇌 근육은 독서의 지평 뿐 아니라 세계의 질감 또한 변화시킨다. 이 변화는 개인적 차원에서 한정되지 않는다. 문맹을 벗어난 사회가 문해력을 갖춘 사회라면 진정한 문명사회는 독서력을 갖춘 사회라고 말할 수 있을 테니까. 75쪽

 

짧은 글들이 다닥다닥 무지 두꺼운 두께를 형성하고 있다. 현기증 난다. 이런 책은 사실 멀리 할 수록 좋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런 차례만 읽어도 좋아 죽겠는 걸. 어느 책중독자의 고백, 독서력을 갖춘 사회, 고전 읽기의 즐거움, 인문학의 미래, 강신주와 적정인문학, 철학자의 서재, 역사를 읽다, 삶의 의미라는 물음, 작가는 어떻게 죽는가. 걸작의 뒷모습. 정의란 무엇인가. 자유는 사적인 문제가 아니다. 우울사회에서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 정치의 몰락과 닥치고 정치. 특별한 나라 대한민국, 인간은 무엇으로 구원 받는가. 발문까지 506쪽이다. 꽂아 놓고 바라보는 즐거움과 책 읽기가 지겨워 질 때 자극 받기 좋겠다. 이 책 속의 다종 다양히 언급 되는 책들에 대해서는 난 모르겠다. 눈 감고 싶다. 그가 좀 더 긴 글들로 책을 내는 날을 기대해본다.

 

<아주 사적인 독서>는 알라딘의 프레이야님과 오프에서 잠깐 만났을 때 정말 좋았다고 서로 얘기 나눈 책이다. 욕망에 솔직해지는 고전 읽기.라는 부제를 달고 <마담보바리>,<주홍글자>,<채털리 부인의 연인>, <햄릿>, <돈키호테>, <파우스트>, <석상손님>에 대한 저자만의 해설서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서야 내가 고전을 읽지 않았구나 라고 깨우쳤다. 중학교 때 읽은 세계문학전집이 나의 고전 읽기를 전부였다. 이게 무슨 횡재인지, 문학을 읽는 즐거움을 재발견했으니. 아프지만 않으면 된다.

 

마태우스님의 <집 나간 책>은 이제서야 손에 들었다. 며칠 전 세실님의 리뷰를 읽고( 이 책이 아니었나? 음....) 읽어 봐야 겠다 하던 참이다. 나는 먼저 익숙한 제목 <유령 퇴장> 부분을 읽어 보았다. 음..절대 로쟈님이라면, 정희진님이라면, 정여울님이라면, 이렇게 쓰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이렇게 쓰지 못했을 것이다. 단발머리님과 또 다시 <유령퇴장>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생긴다면 마태우스님의 관점에 대해서도 같이 이야기 나누어 봐야겠다.특별한 관점이라기 보다 특별한 스타일이라고 해야 하나?

 

나도 지금 읽고 있는 <면도날>을 펼쳐 보았다. 이런 글귀가 마음을 때린다.

'10년째 변함없이 아내를 사랑하는 남자라면, 책에서 인생의 해답을 얻은 남자보다 훨씬 좋은 남편이다' 302

 

그는 비슷한 컨셉의 책을 쓴 저자들의 책을 애정을 담아 다루었다.  정희진 <정희진처럼 읽기>, 이현우 <아주 사적인 독서>, 정혜윤 <그의 기쁨과 슬픔>, 조만간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읽을 예정이다. 일본 소설 읽기는 좀 힘을 많이 시루어야 하는데 이런 리뷰를 에피타이저겸 읽는다면 책이 좀 선뜻 읽어질 것 같다. 학자나 비평가의 글보다 그래도 친근하게 다가오는 기생충학자의 글이 그래서 반갑다. <정희진처럼 읽기>의 제목은 '만나기 힘든 스승'이다. 이 제목만으로도 그 책이 읽고 싶어 진다.

 

정용준이라는 이름은 야나님 서재에서 처음 보았다. 나만 모르는 꽤 잘나가는 한국 작가인 듯 했는데, 그의 북토크에 참석한 지인이 말하길 그 소설가는 정말 사람이 너무너무 좋다는 것이다. 좋다라는 의미는 개인적이고 특히 사람에 관해서는 취향적 단어라, 그녀가 말하는 너무 너무 좋다라는 말을 덜컥 이렇게 이해해 버렸다. 술을 잘 마시고 좋아하는 남자. 암튼 <우리는 혈육이 아니야>는 474번, 우리는 혈육이 아니야, 미드윈터-오늘 죽는 사람처럼, 개들, 이국의 소년, 안부, 내려, 새들에게 물어보는 사람이 있네 8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을 읽었는데, 가슴이 먹먹하다. 짧은 호흡으로 길고 복잡한 인생사를 담았다. 그리고 알았다. '아니야'가 아니라 '아니냐'라는 것을...

 

그가 전화를 걸어왔을 때 나는 그가 누구인지 몰랐다. 모르는 번호였고 처음 듣는 목소리였다. 그는 내 이름을 알고 있었고 그 이름이 내가 맞는지 묻고 있었다. 음성은 작고 탁했고 말끝은 흐렸다 나는  그 이름이 내가 맞다고 대답한 끝에 그런데 누구시죠, 라고 물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시 한번 누구시죠, 라고 물어보니 그는 더듬거리며 그러니까, 그러니까, 라고만 했다. 수상하고 이상했으나 끊지 않고 정적을 유지했다. 잠시 뒤 그는 작게 헛기침을 하고 낯선 여자의 이름을 말했다. 조금 긴 정적이 흘렀다. 회전하는 나무팽이처럼 어떤 기억이 같은 자리를 돌며 조금씩 깊어졌다. 여자의 이름이 기억났고 통화하고 있는 남자가 누구인지도 알게 됐다. 욕조에 담긴 물이 바닥의 구멍으로 빠져나가 안이 텅 비는 것처럼 머릿 속이 그러했다. 핸드폰을 쥐고 있는 손에서 땀이 났고 귀가 뜨거워졌다. 41

 

그리고, <버텨요, 청춘>이 있었다. 반가웠다 내가 좋아하는 책이다. 최전호님은 초등학교 선생님이고 여행작가이다. 나는 남자 청춘들이 쓴 이런 글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낀다. 여자라는 것이 그렇게 억울하지도 않았는데, 왜 다음 생이라는 게 있다면 남자로 태어나고 싶은 걸까. 지금 나는 30분마다 일어나서 허리를 펴서 두드리며, 당당히 노인석에 앉아 있다. 나도 나름 청춘을 버티고 있는 셈. (노인석이 꽤 여러 테이블인데 노인들이 없다. 나는 도서관 노인석을 채우는 노인이 되고 싶다)

 

오늘은 2013년 1월 4일이니다. 캔디에 온 지 나흘째고 하루키가 쓴 네권짜리 소설 <태엽 감는 새>를 모두 읽어버렸습니다. 방금 전 숙소 아주머니가 내 방을 치워주고 갔습니다. 그러니 이제 한동안 내 방에 사람이올 일은 없을 겁니다. 난 이제 할 일도, 만날 사람도 없습니다. 가만히 침대에 누워 머리 위에 돌아가는 선풍기를 바라봅니다. 규칙적으로 쉴새없이 바람을 내뿜고 있는 선풍기는 최선으로 나를 대해줍니다. 230쪽

 

여행은 나의 안간힘이다_ 프롤로그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6-05-08 13: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08 13: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08 1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08 2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08 16: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08 2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08 2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08 2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08 2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6-05-08 21:26   좋아요 0 | URL
어머나 제주에 얼마나 계시는거예요?
님은 참말로 멋진 삶을 사시네요^^
제주에서 열흘 살기는 제 로망! 도서관에서 노닐기도 추가할래요.
마태우스님의 `서민적 글쓰기`ㅎ

2016-05-09 07:30   좋아요 0 | URL
이제 슬슬 가야죠..^^
한라도서관은 정말 부러운 곳이네요.
서울 도서관들은 자리가 협소하니 하지말라는 것 투성인데
여긴 모든 것이 용인 되네요.
개인 노트북도 아무자리에서나 사용가능이고요.
일반 자료실에서 공부하는 중고생들이 부러워 보였어요..
마태우스님의 서민적 글쓰기..ㅎㅎㅎㅎ

2016-05-08 22: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09 07: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6-05-09 10:32   좋아요 1 | URL
너무 즐거운 제주여행이시라 완전 부럽습니다.
한라 도서관 너무 좋네요.
혼자 조용히... 좋아하는 작가들의 책을 쌓아놓을 수 있다면 더 좋겠구요.

저는 로쟈님의 책 중에서 <로쟈의 인문학 서재>랑 <로쟈의 러시아 강의>만 읽었네요.
요즘 알라딘서재에 야나님 덕분에 <책을 읽을 자유>가 유행이던데, 어떻게... 저도 도전해볼까, 생각중입니다^^

<유령퇴장>을 마태우스님처럼 읽어도 참 좋지요. 소설 속에, 선거 결과가 나던 밤의 암담함을 안고서 우리는 7년이나 살아왔으니까요. 위로가 되더라구요. 아... 미국에서도, 저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데... 허... 참...
쑥님과의 <유령퇴장> 대화를 위해 이 책도 재독해야겠는데요. 호홍~~
즐건 하루 되시어요, 쑥님~
저는 설겆이도 안 하고 아침부터 알라딘에서 호홍~~
 
커피집을 하시겠습니까 - 가고 싶은 카페에는 좋은 커피가 있다
구대회 지음 / 달 / 201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쓴다. 작가가 된다.는 생각은 책읽기를 좋아하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 쯤은 해봄직하다. 그러나 생각은 생각일뿐 그것이 구체적으로 현실화 되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일이다.

그러니까 좀, 지금 생각하니 웃음이 나는 일이긴 한데 나는 책쓰기 강좌를 들은 적이 있다. 글쓰기도 아니고 책쓰기 말이다. 8주인가 구체적인 일정으로 책을 써가는 과정을 체험했다. 그나마 꼬박꼬박 숙제를 해간 것은 강의자에 대한 최소의 예의였다. 강의 듣기는 집에만 있는 나를 끌어내기 위한 남편의 특단의 조치였으므로 중딩이 가기 싫은 학원 다니듯 그렇게. 다녀준다,내가. 이런 모드였다.

음. 때아닌 새벽에 고해성사 분위기인데. ㅎㅎ 지루해질 예정이다. 아무튼 그 과정을 통해 책을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내적 동기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강의 시간이 토요일 오전이었다. 정말 열의가 있는 다양한 직종의 직장인들이 많았다. 지나고보니 강의하신 분도 참 훌륭했고 수강자들도 정말 좋은 사람들이었다. 나는 그 중 가장 열정적인 젊은이랑 친해져서(그는 무려 뮤지컬 배우였다ㅇㅎㅎㅎ)그 후로 도서관 강의를 같이 들으러 다니기도 하고(그는 무지한 다독가였다) 배우님이 나중에 강의를 하게 되었을 땐 친구들을 몰고 참석하기도 했다. <커피집을 하시겠습니까> 책이 나왔을 때 나는 그 열정적인 배우님 ㅁㅈ씨를 떠올렸다. 열정이란 면에서 ㅁㅈ씨는 구대회작가와 닮았기 때문이다. 결국 그 책쓰기 강좌는 어떤 식으로든 책쓰기와 연결이 되었는바, 적어도 이런 질문을 던질 정도의 내적동기는 형성 시켜 준 셈.
`커피책을 쓰시겠습니까?`

암튼 나의 강좌순례기는 좀 다채롭다.는 이쁘게 쓴 말이고 잡다했다. 신혼초부터 들어온 강좌들을 일일이 열거까진 할 거 없고 그나마 가장 최근에(라고 해봐야 4,5년전이다) 집착한 강의가 커피 강좌들이었다. 여기저기 닥치는 대로 들었다. 멀리까지 몇 주에 걸쳐 다니기도 했다. 내가 좋으니 주변인들 까지 끌고 다녔다.

그러다 생전 안해보던 자격증 시험에도 도전을 했다. 노후에 카페라도?(카페는 힘이 있을 때 해야 함을 <커피집을 하시겠습니까>를 읽고 알았다)하려는 생각이었다.그때는. 아 이 글을 쓰고 있으려니 그동안 섭렵했던 맛있는 커피집의 사장님들이 보고 싶다. 맛있는 커피를 내리는 사람들은 마음도 따듯하다.

그런데 내가 들어 본 커피 강좌중에 으뜸이 구대회작가의 커피클래스였다. 커피에 대한 전반 적인 이해와 해박한 지식은 기본이고 전달력과 실전 테크닉까지. 그는 풍부한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맥락을 꿰어주는 강의를 한다. 그는 이제 바빠서 강의를 하지 못한다. 그는 1인 커피숍의 오너이고 그이의 더치커피와 천원 아메리카노를 마시려는 손님이 줄을 잇기 때문이다. 강의를 하지 못하는 것은 그렇다쳐도 그의 카페에 핸드드립 메뉴가 사라진 것은 애석한 일이다. 그는 얄미울 정도로 깔끔한 드립 커피를 내린다.

그런 그가 <커피집을 하시겠습니까>출간에 맞춰 `구대회의 원데이 커피클래스`이벤트를 한다. 더 없는 기회다. 나는 신청하고 싶지만 이미 수강경험자라 다른 분들께 기회를 드린다. 비록 10인이라는 제한 된 숫자지만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적극 참여해보시길 권한다. 구대회작가에게 커피 강좌를 들을 수 있는 드문 기회기도 하거니와 그를 `알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실 2016-05-08 08:41   좋아요 1 | URL
오홋 책쓰기 8주 강의를 들으셨음 책 내셔야? ㅎ
커피클래스까지...
제가 듣고 싶은걸 이미 들으셨네요. 캬!
드립 제대로 배우고 싶어요.
전 커피집에서 알바하고 싶어요^^

2016-05-08 08:54   좋아요 0 | URL
저두 카페 경영 보다는 카페 알바가 더 적성이란 걸 알았어요.ㅎㅎ
글쓰기도 아니고 책쓰기가 뭐야 하며 투덜대며 들었는데
결국 그 강좌가 터닝포인트가 된 셈이에요.
열정청년을 만나서 기운도 많이 받았구요. ㅎㅎ
드립은 정말 구작가님한테 배워야 하는뎅..ㅋㅋ

수이 2016-05-08 08:45   좋아요 0 | URL
아 저도 가보고싶어요.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이 사람이 내린 커피 마시고싶다는 생각이 짙어지더라구요.

2016-05-08 08:52   좋아요 0 | URL
일단 신청하시고..ㅎㅎ 행운을 기대하심이^^

2016-05-08 09: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08 09: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08 09: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08 09: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08 09: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6-05-08 22:15   좋아요 0 | URL
쑥님의 풍부한 경험과 지식이 어디서부터 왔는지 알 것 같아요.
뭐든 관심분야는 섭렵하고야마는 듯~^^
구대회님의 맛난 커피 맛보고 싶네요.^^
아니면 자격증있는 쑥님의 커피도 기대되구요.ㅎㅎ

2016-05-09 10:30   좋아요 0 | URL
도전했다고 했지 있다고는 안했어요ㅎㅎㅎ
좋은 사람들과 모여 마시는 커피는 늘 맛있죠..

꿈꾸는섬 2016-05-09 22:25   좋아요 0 | URL
ㅎㅎ오독한거군요ㅎㅎ
왠지 자격증도 있을 것 같은데 말이죠~^^

2016-05-09 09: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09 1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송엽국

남아프리카 원산. 흔히 속명인 람프란사스,라 부른다.

사철채송화라고도 한다.

원예종이 워낙 많아 도톰한 육질의 잎과 이런 모양의 꽃을 보면

통칭 송엽국이나 람프란사스라고 불러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본 영화 안경을 여러 번 봤다. 보다 자다 보다 자다 한 것이 하도 여러 번이라 몇 번인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특출난 스토리도 뛰어난 풍광도 없는 평이한 영화였다. 주인공들이 모여 먹는 장면들이 좋아서 여러 번 봤다. 그래 이즈음에서 솔직히 말한다. 뮤지션 장기하의 추천영화여서 봤다. 그런데 내 취향이더라. <안경> 외에도 <카모메 식당>이나 <해피해피 브레드>, <하와이안 레시피>도 여러 번 봤다. 세 번 이상. 그렇게 보게 되는 이유는 당연히 볼 때 마다 재미있어서다. <리틀 포레스트>도.

 

<작은 것들의 신>을 다 읽었다. 확 읽어지는 소설은 아니었다. 시점도 왔다갔다 하고 자잘한 묘사들이 주옥 같아서 한 번에 확 읽는 것은 예의가 아닌 거 같았다. 단어 하나 하나를 시어처럼 뚝 뚝 끊어 놓을 때가 많은데, 그 여운이 깊었다. 헤아리다 보면 마음이 아팠다. 누구 말이지? 누구 마음이지?하면서 자꾸 돌아가 읽게 되었다. 다 읽었다. 읽었긴 한데 안 읽은 것 같아서 다시 읽기 시작했다. 첫 부분을 읽는데, 역시나 처음 읽는 것 같고 이제야 제대로 이해가 되는 것 같아서 좋다. 이렇게나.

 

아예메넴의 5월은 덥고 음울한 달이다. 낮은 길고 후텁지근하다. 강물은 낮아지고, 먼지를 뒤집어쓴 채 고요히 서 있는 초록 나무에서 검은 까마귀들이 샛노란 망고를 먹어댄다. 붉은 바나나가 익어간다. 잭프루트가 여물어 입을 벌린다. 과일향이 진동하는 공기 중을 방종한 청파리들이 공허하게 윙윙댄다. 그러다 투명한 유리창에 부딪혀 떨어져서는 햇볕 속에서 당황한 채 죽어간다.

밤은 맑지만 나태와 음울한 기대가 배어 있다. 11쪽

 

새벽 4,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1시에 태어난 아이가 4시에 세상을 떠났다. 바람이 시간을 아는 걸까? 창문이 흔들리고 개가 짖는다. 대문을 나서면 덩치 큰 검정개 한 마리가 노랗게 쳐다 보고 있다. 어느 집 개는 짖고 어느 집 개는 짖지 않는다. 나는 지나가는 나그네일 뿐인데 저들이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 갯무라는 말이 예쁘다. 갯무 꽃의 색은 더 예쁘다. 피어 흐드러지고 마지막이다 싶게 남은 유채꽃의 색깔은 덜 노랗다. 전성기가 아니니 꽃이 빽빽이 피어 있을리도 만무다. 그렇게 성기게 유채꽃이 남았고, 흰색과 보라색이 섞인 듯한 갯무 꽃이 그 옆에서 적당히 흔들리며 피었다. 길고 가늘게 피느라 바람을 피해간다. 집을 들었다 놓나 싶은 거센 바람이 불고 난 아침, 대문 밖 공터의 유채꽃과 갯무꽃이 걱정이 되었다. 들판에서 그 바람을 다 맞았거니 하니 당연히 다 쓰러졌겠거니 한다. 아침에 슬리퍼를 꿰면서 바라 본 성긴 대문살 너머 꽃들이 흔들리고 있다. 눕지도 쓰러지지도 않았다. 여전히 바람은 웅웅 울고, 컹컹 짖는 개 왈왈 짖는 개가 합창을 한다.

 

<작은 것들의 신>은 여러 번 읽게 될 것 같다. 일본 영화들을 여러 번 보았던 이유와는 또 다른 이유와 느낌으로. 다시 읽기하고 제대로 된 리뷰도 한 번 써보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소설이었다. 이렇게도 쓸 수 있구나....싶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