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하고 싶다. 말이 되는 소린가? 암튼 날씨가 더우니 집이, 책이 더 무겁게 느껴진다. 머리카락도 그래서 자르러 가고 싶은데, 땡볕에 나서기가 두렵다. 하여 책장 한 칸 만이라도 정리를 좀 해 보자. 좋아, 버릴 책들을 일단 추려보겠어. 그래서 손에 빼든 것이 2012년 11월에 발행된 <현대문학2012-11>
목차를 휘르륵 훑어 보는데 김숨,최수철, 박성원, 이기호, 은희경 작가의 소설들, 윤대녕,이화열 작가의 에세이, 피나 바우쉬의 사진, 마종기,김별,천수호 작가의 시들. 그 해 노벨 수상작가였던 모옌의 특집. 이런 이런, 정리를 하겠다고 맘 먹고 버리겠다고 처음 빼든 책에서 주저앉아 오늘까지 현대문학을 읽고 있다.
오래 전부터 읽어오던 작가들은 익숙해서 반갑고, 낯선 작가들은 호기심에서 한 번쯤 펼쳐 보게 된다. 2012년의 나는 뭘하고 있었지?하며 돌이켜도 보았다. 4년이 채 못되었으니 얼마 오래지 않은 과거인데 딱히 인상적으로 생각나는 것이 없다. 단지 아이들이 몇 학년이어구나 정도.
그보다 한참 더 옛날에 읽었던 최수철작가가 2012년에도 계속 소설을 쓰고 있었음에 놀랐다. 1958년생. 그 시기의 외국 작가들은 누가 있지 괜히 이 사람 저 사람 찾아 본다. 오르한 파묵이 52년생, 모옌이 55년생 로맹가리는 1914년생, 가브리엘 마르께스 1927년, 보네커트는 1922년, 까뮈는 1913년, 사무엘 베케트는 1906년, 은희경은 1959년, 김연수는 1970년.
김숨의 장편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의 마지막회 연재가 끝났고, 최수철의 장편 <사랑은 게으른 자를 경멸한다>가 연재중이었다. 둘 다 인상적으로 읽었다. 김숨의 소설은 읽은 기억이 없는데, 이번에 조금 맛이라도 보았다 할까. 짧은 대사들이 많이 나오는 글이었는데 산만하지 않고, 현실의 일상적인 묘사와 심리 묘사가 좋고 캐릭터도 생생한 편이다. 김수철의 소설은 오래 전에 느낌은 어렵다.였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런 느낌은 없고 그렇게 읽어서 그런지 극적이면서, 안정적이다. 막간을 이용하여 담배를 들고 있는 피나 바우쉬의 사진, 해설을 곁들인 일러스트를 보는 맛이 잡지를 읽는 맛이구나. 한다. 이러다 도서관가서 문학지 과월호를 뒤지고 있지나 않을지.
요즘 나오는 문예지들엔 관심이 없었는데, <현대문학 2012-11>를 읽고 나니, 어디 요즘은?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작품을 모았다가 출간되는 소설집이나 시집보다 훨씬 더 당대적인, 그 날 그 날까지는 아닐지라도 뉴스를 보는 느낌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