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났다. 빅서 해안은 텅 비어 있고, 나는 넘어진 바로 그 자리에 누운 채로이다. 바다 안개가 사물들을 부드럽게 만들고 있다. 수평선에는 돛대 하나 보이지 않고, 내 앞에 바위 위엔 수천 마리 새들이 있다. 다른 바위엔 물개 일가가 있다. 아비 물개는 지치지도 않고 파도 위로 솟아오른다. 고기를 입에 물고, 번들거리며, 헌신적으로. 이따금 제비갈매기들이 너무도 가까이 내려앉아 나는 숨을 죽이지 않을 수 없다. 그리하여 내 오랜 욕망이 깨어 일어나 내 안에서 움직이는 것이다. 조금만 더, 그러면 새들이 내 얼굴 위에 내려앉고, 내목과 품속으로 파고들어, 나를 온통 뒤엎을 텐테하고.....마흔 네 살에, 나는 아직도 어떤 본질적인 애정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하도 오랫동안 꼼짝 않고 누워 있었더니 마침내 펠리컨과 가마우지들이 나를 삥 둘러 원을 만들고 말았다. 조금 전에는 물개 한 마리가 파도에 실려 내 발치까지 왔었다.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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