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는 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나도 안다. 갚아 줄 수 없을 때와 받기 조차 미안한 마음도 없을 때

받는다는 것보다 미안한 일이 어디 있을까. 받는 다는 것은 힘겨운 일이다. 나도 안다. 늘 누군가를 돌보고 살피는 눈빛을 가진 사람에게, 누군가가 돌봄의 눈길을 줄 때 그 사람은 참기 힘든 것이다. 받는 다는 것이 힘들다는 걸 아는 사람이, 남에게 주는 마음은 백 배 더 힘들다. 이기적인 사람은 자기 마음을 들여다 보지 않는 사람이다. 자기 마음을 볼 줄 모르고 남의 마음은 안보는 사람이다.

 

적당히 마신 다음 날 속이 불편한 건 억울하다. 그런게 진짜 억울한거다. 따듯한 건 따듯한 거고 냉정한 건 냉정한 거다. 나도 그 따듯함이 좋았기 때문에 냉정함은 견뎌 주는 거다. 따듯한 건 따듯한 거고 냉정한 건 냉정하듯이, 보고 싶은 건 보고 싶은 거고, 궁금한 건 궁금한 거다.

 

거친 산문은 대체 어떻게 쓰는 거죠?  써놓고 사포로 문지르면 됩니다. 앗하! 그런 방법이. 낄낄낄.섬세하게 생각하고 구체적으로 표현하라. 안그래도 울먹울먹 산다는 게 숨쉬는 게 섬세해 죽겠는데, 생각도 섬세하게 표현은 구체적으로? 남편이 이런 말을 했다면 버럭 했겠지만, 선생님이니까 참기로 한다. 시를 쓴다기보다 술을 마셔야 하니까 참는거다. 술은 그렇지. 자고로 술맛나는 사람들과 마셔야 하는 법. 그래서 나는 이렇게 부른다. 정영효와 떠나는 8주간의 酒여행. 가르치는 건 진부하다. 배우는 건 더 진부하다. 그런데 도대체 왜 사람들은 배우지 못해 안달인건가.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꿈꾸는섬 2016-03-04 19:41   좋아요 1 | URL
거친 산문은 이런건가요? 전 아직 감도 못 잡고 있어요.ㅜㅜ 여튼 분발해야겠어요.ㅋㅋ 사포도 하나 사구요.

2016-03-04 22:01   좋아요 0 | URL
전 제가 사포라. 따로 필요 없을 듯 해요ㅋ 여튼 서로 분발하는걸로~

2016-03-04 22: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3-04 22: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지만 어쩌면 이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물고기가 물의 존재를 가장 늦게 알아차린다는 속담이 있지 않은가. 수화 사용자들에게 수화는 물고기의 물과 같다. 너무나 익숙하고 자연스러워서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는 존재인 것이다.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무엇보다도 순진한 현실주의에 기울어지는 경향이 있다. 이는 자신이 쓰는 언어를 하나의 구조물로 보지 않고 현실의 반영으로 보는 것을 말한다. 비트겐슈타인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측면들은 그 단순성과 친숙함 때문에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따라서 어떤 언어를 날 때부터 사용하는 사람들은 자신에게는 너무나 단순하고 쉬워 보이는 자신의 말이 사실은 엄청나게 복잡하며 진정한 언어의 수많은 장치들을 그 안에 감추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이는 외부의 시각이 필요한 일인지도 모른다.203쪽

 

이 움직임과 똑같은 힘을 지닌 다른 요인들이 많이 존재했으며 이것들이 하나로 합쳐져서 흐름을 이루면서 1988혁명이 일어났다. 이 요소들 중 하나를 꼽는다면, 우선 1960년대의 분위기가 있다. 가난한 사람, 장애인, 소수집단에게 특별한 관심을 보이던 시절. 인권운동과 정치적 활동, 다양한 '자부심'과 '해방'운동들이 벌어지던 시절. 바로 이런 분이기가 활발하던 시기에 수화도 많은 저항을 뚫고 서서히 학문적으로 정당성을 확보했다. 그와 더불어 청각장애인들 역시 서서히 자부심과 희망을 쌓아 1세기 동안 그들을 괴롭히던 부정적인 이미지와 감정에 맞서 싸웠다. 사회 전반적으로도 문화적 다양성에 관용을 베푸는 분위기가 강화되었으며, 세상에는 서로 크게 다른 사람들이 존재하지만 그들 모두가 소중하고 동등하다는 인식도 강화되었다. 구체적으로 말해서, 청각장애인도 고립되어 개인으로 살아가는 비정상적인 장애인이 아니라 하나의 '공동체'임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강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청각장애인을 환자로 보는 의학적인 시각이 인류학적, 사회학적, 종족적 시각으로 바뀐 셈이다. 209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벽에 눈이 떠져 필리버스터 동영상을 찾아 보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결국은 개인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구나. 역사는 이야기로 존재하고, '이야기는 말해져야 하는 것'이었어 주섬주섬 머리맡의 <목소리를 보았네>를 펼쳐 들었다. 설핏 이야기와 무관한 듯 보이는 이 책에도 무수한 이야기가 존재했다. 예상치 못한 이야기라 당혹스럽기도 하고, 감동적이기도 했는데, 당혹 스럽다는 것은 이토록 당연한 사실들을 그동안은 인지하지 못하거나, 외면 했다는 것이고, 감동적인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는 이어져 왔다는 것이다. 역시나, 책 속의 책이라고, 읽고 싶은 책 제목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검색으로 찾아지지 않는 책이 대다수이고, 찾아지는 책 중에서 비고츠키의 책들을 같이 담아 둔다.

 

 

 

 

 

 

 

 

 

 

 

 

 

 

뛰어나고 헌신적인 그들에게서 나는 아무도 탐구해보지 않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는 열정과 흥분을 느꼈다. 이러한 탐구 덕분에 나는 언어에 대해서, 말하기와 가르치기의 본질에 대해서, 아동발달에 대해서, 신경계의 발달과 기능에 대해서, 공동체와 세계와 문화의 형성에 대해서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생각하게 되었으며, 그것은 내게 배움의 기회이자 기쁨이었다. 무엇보다도 특히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문제들에 관한 새로운 시각, 언어와 생물학과 문화에 대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된 것이 좋았다....그 덕분에 친숙했던 것들이 낯설어지고, 낯선 것들이 친숙해졌다. 10쪽

 

이 탐구에서 나는 매혹과 경악을 동시에 느꼈다. 내가 경악한 것은 평생 훌륭한 언어구사력(또는 사고력)을 얻지 못하는 청각장애인이 얼마나 많은지, 그들 앞에 놓여 있는 삶이 얼마나 빈곤한지를 알았을 때였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나는 또 다른 차원, 또 다른 영역을 인식하게 되었다. 생물학적인 영역이 아니라 문화적인 영역이었다. 내가 만나본 청각 장애인들 중에는 단순히 훌륭한 언어구사력을 습득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완전히 다른 종류의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이 많았다.그 언어는 사고력에 도움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사실 소리를 듣는 사람은 상상하기 힘든 사고력과 인식 능력을 가져다주었다), 풍요로운 공동체와 문화의 매개체 역할도 했다. 나는 청각장애인들의 '의학적' 상태를 한시도 잊어버리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들을 하나의 '종족'으로 보는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다. 그들은 독특한 언어, 감수성, 자기들만의 문화를 지니고 있다.11쪽

 

시각적인 언어인 수화의 존재, 그리고 수화를 습득하면 따라오는 지각능력과 시각적 지능의 놀라운 발전은 뇌가 우리로서는 짐작조차 하기 힘든 잠재력을 풍부하게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인간이라는 유기체와 신경계가 새로운 환경과 맞닥뜨려서 반드시 적응해야 할 때 거의 무한한 유연성과 수완을 발휘한다는 것도 보여준다. 설사 우리에게 (대개는 자기도 모르게) 자신을 해칠 수 있는 취약한 부분이 있다고 해도, 천성과 문화는 함께 힘을 모아서 생존과 초월을 위한 무한한 자원,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고 예상하지도 못하는 힘을 주었다. 따라서 나는 청각장애인들과 그 가족, 교사, 친구 들이 이 책에 특별한 관심을 보여주기를 바라지만, 일반 독자들 또한 이 책에서 인간 조건에 대한 뜻밖의 시각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12쪽

 

언어를 모르는 청각장애인은 정말로 정박아가 될 수 있다.그것도 특별히 잔혹한 방식으로. 지능이 그냥 존재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주 높을 수 있는데도, 언어의 부재 상태가 지속 되는 한 그 지능도 그대로 갇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카르 신부의 말이 옳다. 시적이기도 하다. 그는 수화의 세계와 처음 접하는 것에 대해 "생전 처음으로 지성의 ... 문을 여는 것"이라고 썼다.44쪽

 

시카르는 자신과 함께 산책을 나간 마시외가 모든 것의 이름을 물어서 메모하던 놀라운 모습을 묘사해놓았다.

 

우리는 과수원에 가서 모든 과일의 이름을 댔다. 숲으로 가서 떡갈나무와 느릅나무를 구분해보았다. ...버드나무와 포플러도 구분하고, 나중에는 숲속의 다른 모든 거주자들을 구분해보았다. ...마시외가 가진 서판과 연필은 내가 알려준 이름들을 모두 적기에 모자랐다. 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이름들과 함께 아이의 영혼이 점점 넓어지고 자라는 것 가았다....마시외는 자신의 풍요로운 땅을 처음으로 찾아온 지주 같았다.81쪽

 

L.S.비고츠키는 <생각과 언어>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단어는 단순히 하나의 사물만 가르키는 것이 아니라, 그 사물들의 집단을 가리킨다. 따라서 각각의 단어가 이미 일반화의 결과물이다. 일반화는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행위이며, 감각과는 다른 방식으로 현실을 반영한다. 83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현실감을 좀 가지려고 날짜를 써본다. 그러니까 오늘이 일요일. 오전에 도서관에 들러 허영심을 좀 충족시켰고, 오후엔 펑펑 쏟아지는 눈을 감사히 보다가, 나가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어 동네 산책을 했다. 시절이 가벼우니 눈이 와도 무섭지가 않더라 얼 걱정 안해도 바로 녹아주실 것이니 미리 감사했다. 차를 타고 가까이 드라이브도 했는데, 순식간에 내린 눈의 양이 많아서 가로수와 산들이 강원도쯤을 연상케했다. 

 

내일은 월요일. 2월이지만 사실상 3월 일정 시작이라고 봐야 한다. 오후에 중요한 약속이 있고, 그리고 저녁엔 언니에게 밥을 먹자고 해야 겠다. 수요일 목요일 일정이 모두 기대된다.

 

도서관에선 눈에 띄는 대로 신간 코너에서, 그리고 필요한 책 몇 권을 빌려왔다. 사나흘에 한 권씩 3주만에 다 읽는 것이 목표다. 이렇게 생각하면 반은 읽어 지겠지....그리고 세 권 중에 한 권은 독후감을 쓰는 것이 목표다. 이렇게 하면 한 권은 써지겠지...

굿나잇~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산책을 하고 들어 오는 길

언제 그랬냐는 듯 하늘이 말개졌다.

 

읽던 책을 마저 읽는다.

<오키나와에서 헌책방을 열었습니다>

 

재작년 겨울 끝에 친구들과 다녀 온 오키나와가 넘 좋았어서

이후로 오키나와라는 제목만 들어가면 무조건 손이 간다.

이 책도 예외가 아니어서 북바이북에서 산 책은 친구에게 선물하고

오늘 도서관에 있길래  빌려왔다.

 

어느 날은 계산대에 앉아 있는데 고객이 <홋카이도 멋진 여행 연구실>12호를 내밀었다. 사실 나는 이 책이 우리 서점에 있는지도 몰랐다. 오키나와와 홋카이도 사이에는 비행기 직항편이 없는데, 오키나와에서 홋카이도 여행서가 팔릴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오키나와 소재 서점 중에 이 책을 비치한 곳은 우리 서점이 처음이었을 것이다. 새로운 서점은 새로운 지역으로 통하는 문이 될 수 있다. 26쪽

 

오키나와에서 책은 특별한 물건이 아니었다. 망고, 산신, 빈가타처럼, 오키나와만의 특별한 풍토가 키운 하나의 특산물처럼 여겨졌다. 책도 살고 서점도 살아남는 방법이 아닐까.31쪽

2010년 5월 말에는 <1Q84>1,2권이 발매되었다. 어느 서점에서는 하루 만에 책이 품절되었다는 뉴스가 연일 전파를 탔다. 오키나와에는 입고도 되지 않았는데....1년이 지난 후 발매된 3권은 다행히도 본토와 같은 발매일에 도착했다.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의 힘이었다. 1,2권의 반응이 좋자, 오키나와 판매분을 미리 보내는 특별한 조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2013년 4월에 발매된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는 다른 책들처럼 늦게 오키나와에 도착했다. 오키나와 신문들은 불평을 늘어놨다. 33쪽

 

사실 인용문 뒤에 나오는 글들이 진짜인데, 옮겨 적자면 한 편을 다 옮겨야 해서..이정도에서 멈춘다. 이 책, 읽기 전엔 오키나와 예쁜 카페 소개 책 정도의 기분이 아닐까 했는데, 그 느낌 보다 훨씬 재미있다. 나하, 국제거리, 뭐 추억 어린 장소의 이름들이 나와서 더 눈을 똥그랗게 뜨고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우리나라로 치자면 교보문고 직원이 제주점에 발령받았다가 제주에 눌러 앉아 살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그 책방 주인이 좋아하던 시인이 오키나와에 살고 있었고, 우연히 그 시인의 모임에 끼게 되었는데, 엉거주춤 이후로 얼렁뚱땅 시를 써서 그 회원들과 함께 하게 되었다는 에피소드는 완전 꿀잼. 책방 주인이 좋아했다는 시는 이런 거다.

 

할아버지 몸에는

더 이상 봄이 오지 않겠군요.

괜찮아요.

그래도 좋아요.

 

하하..이런 시를 좋아하는 사람이 오키나와에서 헌책방을 하고 있는 거다. 책도 가볍고 조그맣다. 여행 배낭에 넣어 다니면서 아무데서나 꺼내 읽어도 여행 기분 제대로 나겠다. 오키나와 하면 남쪽나라 섬, 바다, 이런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정작 내가 가장 좋았던 것은 나무와, 꽃, 돌길이었다. 이제부턴 헌책방 울랄라도 같이 떠오르겠지...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iony 2016-02-28 23:38   좋아요 0 | URL
사진이 참 좋습니다.
눈과 등불과 꽃, 그리고 돌틈을 비집고 나오는 잎

세실 2016-02-29 15:28   좋아요 0 | URL
아하 좋아요^^
전 오키나와에 아직 가보지 못했지만 다음 여행지는 오키나와랍니다.
두근두근~~~~~